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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전 대통령 철야 수사, 부인만 하고 나왔다

-대부분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 일관
-22일 오전7시께까지 변호인과 조서 검토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달라진 게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고 혐의는 대부분 부인했다. 구체적 증거를 들이대면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 22일 아침 나올 때까지 대국민 메시지는 없었다. 국민에겐 입을 닫았고 태극기를 들고 나온 ‘친박’ 지지자들에게만 잠깐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는 이렇게 끝났다. 전날 아침 9시15분 출발해 22일 아침 7시6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올 때까지 21시간15분의 특별했던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전날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24분께 서울중앙지검 중앙 현관 앞에 도착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단 두 문장만을 남긴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등의 취재진의 모든 질문은 무시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001호 조사실이 있는 10층으로 직행했다. 우선 조사실 옆에 마련된 1002호 휴게실에서 노승권 1차장(검사장급)과 10분가량 차를 마시며 면담했다. 검사들은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불렀다. 노 1차장은 조사 일정과 진행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면담 직후 9시35분 바로 옆 조사실에서 한웅재(47) 형사8부장이 먼저 조사를 시작했다. 한 부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수사를 전담해온 인물이다. 재단 기금 모금 관련 기업들에 강제성이 있는지 집중 추궁했다.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장 조사는 오후 8시35분 끝났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총 8시간2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대기업 뇌물의혹 수사 전반을 담당하는 이원석(48) 특수1부 부장검사는 오후 8시40분부터 투입됐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범으로 뇌물혐의를 받고 있는 부분을 집중 캐물었다. 삼성이 최순실 씨 딸 정유라에게 승마 훈련을 지원한 과정 등을 집중 질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시 대부분 “대통령 업무가 바빠 기억나지 않는다”, “법과 규정 내 테두리에서 처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게 안팎의 전언이다.

이 부장은 3시간이 지난 11시40분께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조사를 마쳤다. 기업모금과 관련한 한 부장의 조사가 9시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뇌물의혹 수사 전반을 담당한 이 부장의 조사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부장의 조사는 예상보다 짧은 3시간 남짓 만에 마무리됐다.

검사들로부터 조사를 받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옆자리에는 유영하(55) 변호사와 정장현(56) 변호사가 교대로 앉아 조언했다.

검찰 조사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다음날 아침 검찰 청사를 나오기 직전까지 7시간가량 조서를 검토했다. 과거 전 대통령들이 수사 이후 조서를 검토하는 데 2~3시간가량 걸리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시간을 조서 검토에 시간을 할애했다.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으면서도 조서 검토에 이렇게 긴 시간을 할애한 것은 진술하지 말아야 했던 부분을 쳐내거나 바로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기초로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 혐의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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