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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흡연 어떻게 푸나 ①]골목길서 단체로 ‘뻐끔’…훈계하다 보복 당하기도
-골목길이 아지트…연기 등 곤혹
-훈계땐 “상관 마라” 보복행위도


[헤럴드경제=원호연ㆍ정경수 기자] 예전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담배를 피웠다면 최근에는 여럿이 모여 거리낌없이 피우다 보니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기성세대와 마찰이 심해졌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주택가 골목길을 아지트 삼아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우면서 주민들이 연기와 냄새에 시달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자칫 훈계하려 나섰다가 보복행위로 더 큰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최근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훈계를 했다가 대드는 학생들과의 실랑이 끝에 경찰서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생들이 주민들의 항의에 처음에는 대들지만 욕설하는 학생들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폭력에 보복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현장 경찰들의 전언이다. 특히 주택가 청소년 흡연 문제가 세대갈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사진설명=주택가 후미진 골목길이 흡연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이들이 피우는 담배 냄새와 연기, 버려진 담배꽁초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로 모여 담배를 피우는 주택가 배수구에 수북히 버려진 담배꽁초.]

지난달 서울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50)씨는 단지 내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흡연하던 10대 학생들을 보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 되느냐. 그것도 학생들이 담배를 피워선 안 된다“고 훈계를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아저씨가 뭔데 상관이냐”고 대드는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 한 학생을 밀쳤다가 경찰에 입건된 것. 한 지구대 관계자는 “학생들과의 실랑이가 벌어지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혼내기보다 주민을 처벌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부모가 “당신이 뭔데 우리 아이를 때리냐”며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관계자는 “우리도 주민들에게 직접 지도하기 보다 신고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5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운다. 

[사진설명=주택가 후미진 골목길이 흡연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이들이 피우는 담배 냄새와 연기, 버려진 담배꽁초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로 모여 담배를 피우는 주택가 배수구에 수북히 버려진 담배꽁초.]

이들이 담배를 배운 평균 나이는 만 12.7세. 담배가 확산되다보니 학교 내 생활지도에도 불구하고 등하교길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중ㆍ고교 주변 주택가의 경우 골목길 곳곳이 학생들의 흡연 아지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60)씨는 매일 인근 고등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이면 담장을 넘어들어오는 담배연기에 연신 기침을 해 댄다. 김씨의 집이 후미진 곳에 있다보니 학생들 여러 명이 집앞에서 담배를 피우기 때문.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는데다 침까지 뱉어 집앞이 지저분하다. 담배피우지 말라고 호통을 쳤더니 나중에 대문에 노상방뇨를 하고 도망가기도 한다고 하소연한다.

학생들의 보복 방법도 여러가지다. 

[사진설명=주택가 후미진 골목길이 흡연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이들이 피우는 담배 냄새와 연기, 버려진 담배꽁초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로 모여 담배를 피우는 주택가 배수구에 수북히 버려진 담배꽁초.]

특히 자신들에게 담배나 술을 팔지 않는 슈퍼마켓의 경우 아는 대학생과 함께 담배나 주류를 산 후 신고를 한다. 대부분 미성년자에 대한 신분증 검사에 소홀한 구멍가게가 대상이 된다. 만약 신분증 검사를 꼼꼼히 하거나 팔기를 거부하면 아예 훔치기도 한다.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이 꾸준히 순찰을 돌지만 24시간 골목길을 지킬 수 없다보니 효과가 제한적이다. 중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아지트 근처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75) 씨는 “경찰이 작년부터 이 근방을 열심히 순찰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경찰이 보이면 피하는 척 했다가 다시 돌아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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