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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유명 명품 업체도 클릭 한 번에…이메일 무역사기 기승
-거래처가 보낸 이메일 가로채 계좌번호만 위조
-보안 취약한 한국 무역업체가 주요 범행 대상
-해외 유출된 돈 추적 어려워…현지 수사도 부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국내 유명 명품업체가 이메일 무역 사기에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킹범은 회사 내 서버를 수개월 가까이 장악하며 거래내역을 모두 감시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초, 매년 2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자랑하는 명품 제조 업체 A 사는 평소 거래하던 홍콩의 무역업체로부터 대금 지급이 안됐다는 독촉 전화를 받았다. 이메일로 온 청구서대로 대금을 지급해왔던 A 사는 홍콩에서 실수했다고 맞섰지만, 홍콩에서 통장 사본까지 보여주자 거래대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123rf]

결국, 지난달 6일 A 사는 경찰에 무역 사기 발생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은 곧장 수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홍콩에서 A 사에 보낸 이메일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킹범은 홍콩에서 보낸 정상적인 청구 이메일을 가로채 계좌번호만 바꿔 A 사로 다시 보냈다. A 사는 위조된 청구서만 믿고 2번에 걸쳐 미화 7533달러를 우크라이나의 한 개인 계좌로 보냈다. 두 차례나 결제대금이 다른 계좌로 보내졌지만, 홍콩 업체에서 전화가 오기까지 이를 알아챈 직원은 없었다.

범인은 A 사가 평소 거래하던 업체들의 이메일 문구까지 완벽하게 위조했다. 해킹범이 몇 개월 전부터 A 사의 이메일 서버를 장악해왔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간단한 악성코드로 A 사의 서버에 침투, 모든 거래명세를 파악하며 정기적으로 거래하는 거래처 목록까지 입수했다. 범인은 시험삼아 청구서를 위조해 거래대금을 가로챘지만, 다행히 A 사는 범행 시작 단계에서 피해 사실을 발견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현재 우크라이나 사정기관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한국 무역업체를 상대로 한 이메일 무역 사기는 최근 들어 급증세다. 최근 3년 동안 접수된 무역 사기 건수만 408건에 달한다. 이달 초에는 서울 송파구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자재 수입 과정에서 같은 수법으로 이메일 무역 사기를 당해 경찰이 계좌가 있는 미국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보안이 취약한 한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무역 사기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며 대형 기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메일 무역 사기의 경우 이미 돈이 외국으로 유출된 다음인 데다 현지 수사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아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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