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법은 고통이 따른다”…퇴임사 통해 법치 강조한 이정미 재판관
-13일 퇴임식에서 한비자 고사성어로 입장 전해
-“헌법재판관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가운데” 소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

이정미(55)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13일 오전 11시 퇴임식에서 중국 고대 법가사상가 한비자가 남긴 한 소절을 소개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이다.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고 난 후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진=13일 오전 마지막으로 헌재에 출근하는 이정미 재판관]

이 재판관은 먼저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언제나 그랬듯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결정 후 박사모 회원 등이 격렬히 시위하고, 박 대통령도 불복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재판관은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한다”며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퇴임을 앞둔 개인적인 감회도 소개했다. 그는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였다”며 “여성 재판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여성이 기대하는 바도 잘 알고 있었고,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르고 좋은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저의 그런 고민이 좋은 결정으로써 열매 맺었기를 바랄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재판관은 이날로 헌재 임기 6년을 마무리했다. 역대 최연소(49세) 헌법재판관이자 사상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이었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