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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ople & Data] 헤어롤 두개로 지친 시민 위로…이정미 권한대행 마지막 출근
이정미(55ㆍ사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퇴임했다. 이 대행은 퇴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법치주의를 중심으로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임기를 마친 이 대행은 당분간 ‘분홍색 헤어롤’로 시민들의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지난 10일 평소보다 1시간 이른 7시 51분께 출근했다. 머리카락에는 볼륨을 넣을 때 쓰이는 헤어롤 두 개가 붙어있었다. 두 개의 헤어롤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했다. 시민들은 헤어롤에서 중차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다루는 헌재의 고민을 봤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완벽한 올림머리로 등장한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대행은 법조계에서는 상징적 인물이다. 지난 2011년 3월 49세 나이로 헌재에 합류한 이 대행은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이었다.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기도 했다. 마산여고에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비서울대 출신 여성판사’라는 점도 관심거리였다. ‘서울대 출신 남성’이라는 기존 헌법재판관 구성의 틀을 깬 파격 인사였다.

6년의 임기 동안 그는 헌재의 ‘구원투수’였다. 소장 대행만 두 번 했다. 특히 헌재가 7인 재판관 체제를 앞둔 위기 상황 속에서 대행을 맡아 헌재를 이끌었다. 이 대행은 지난 2013년 이강국 전 소장과, 전임 권한대행이던 송두환 전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대행의 대행’을 맡았다.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앞두고도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하면서 대행을 맡아 심리를 진행했다. 

세간에서는 이 대행을 진보적이라 평가한다. 그는 지난 2011년 한미 FTA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이 물대포를 쏜 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의견을 냈다. 교원의 정치활동과 공무원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에 대해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우려가 없는 표현까지 금지하고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사안별로 달랐다. 지난 2014년말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는 주심 재판관을 맡아 사상 첫 정당 해산 결정을 주도했다. 간통죄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간통은 가족공동체 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헌재 안팎에서는 이 대행을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이라 평가한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을 낭독 직전까지 수차례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중대한 시국을 담아낼 표현을 골랐고, 끊어읽을 부분까지 직접 표시했다. 그의 노력이 담긴 결정문은 구구절절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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