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진 속 풍경…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나요
중국작가 지 저우, 한국 첫 개인전
갤러리 수, 스페이스 칸에서 3월 28일까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짙은 파랑으로 칠한 캔버스 앞에 스테인레스 반사판를 댔다. 반사판 위엔 종이지도를 구겨 산과 산맥을 만들었다. 반사판에 비친 파랑은 깊은 바다로 변했고, 산맥은 섬이 됐다. 작가는 반사판에 비친 이미지를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에 담긴 건 실제 작업한 오브제와, 비친 이미지가 섞였다. 어느 것이 실제고 어느 것이 가상인지 알 수 없다. 중국 ‘치링허우(70後ㆍ1970년 이후 출생자)’ 작가인 지 저우(计洲ㆍ47)의 작품이다.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갤러리 수는 지 저우 작가의 개인전 ‘폼 모(Form 模)’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 칸’에서 2월 28일부터 개최한다. 작가의 첫 한국 개인전으로, 신작 시리즈를 비롯 15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Ji Zhou, 模形 4, Maquette 4, Pigment print on linen parer, 145X250cm, 2014. [사진제공=갤러리수]
Ji Zhou, 模形 6, Maquette 6, Pigment print on linen parer, 180X135cm, 2017 [사진제공=갤러리수]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실제’와 ‘허상’이다.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허상, 눈에 보이는 것과 마음에 있는 것 등 사진과 조각,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표현했다. 전시에 선보이는 ‘지도’와 ‘책’시리즈는 이전 작업시리즈인 ‘더스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9년 파리에 거주하던 당시 옆 스투디오에서 난 화재로 모든것이 소멸되는 것에서 충격을 받고 시작한 이 시리즈는 주변의 풍경, 나무, 꽃, 신발, 쌓여진 책 등에 시멘트를 곱게 갈아 먼지처럼 중첩시켜 대형 설치작업으로 세트를 만든 뒤, 촬영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번엔 일반적 사물이 아닌 인간 지식의 산물을 소재로 선택했다. 지식과 교양의 상징적 매개인 책은 현대인이 살아가는 도시의 형상으로 쌓였다. 현대인은 이전 어느 세대보다 풍족한 지식과 정보의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의 모습은 모두 똑같다. 작가는 “나날이 기계화 되는 인간의 한계에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지식의 성(城)에서 무기력해지는 현대인에 대한 또다른 풍자다. 

JI Zhou, 地? 2, The Map 2, Pigment print on linen parer, 111X150cm, 2013. [사진제공=갤러리수]
Ji Zhou, 地? 8, The Map 8, Pigment print on linen paper, 110X165cm, 2016. [사진제공=갤러리수]

그런가 하면 종이 세계지도는 거대한 산맥으로 변했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만든 지도이지만 작품 속 산맥은 실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가상의 풍경일 뿐이다. 그 위로는 진회색의 먼지가 수북히 쌓였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점점 더 황량하고 혼돈된 질서로 변하고 있다”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베이징과 파리에서 주로 활동하는 지 저우는 중앙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하고 2005년 프랑스 파리 소르본 1대학 조형예술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공공미술과 관련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레인 크로포드(Lane Crawford), 크리스챤 루브탱(Christian Louboutin) 홍콩, 베이징 SKP 빌딩 쇼윈도우 아트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고, 벨기에의 보고시앙 재단(Foundation Boghossian)과 개인 컬렉터 웬디 덩(Wendi Deng), 장 뤠이(Zhang Rui)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