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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한정석도 조의연도 중요하지 않다
‘조의연 아들, 삼성 취업 예정’

지난달 19일 인터넷에서는 마타도어가 판쳤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한 날이었다. 여론은 조 판사 개인에 주목했다. 어떤 이는 조 판사가 ‘봐주기 판결’ 했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이는 ‘소신 판결’했다고 칭송했다. 그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고 아들이 삼성 입사를 앞두고 있다는 루머도 돌았다.

조 부장에 대한 비난은 그가 구속여부를 임의로 좌우하는 존재라는 오해에서 비롯한다. 영장 발부는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에 쓰인 네 가지 구속 사유에 기반해 이뤄진다. 판사가 자신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자기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론과 달리 법원에서 조 부장이 실제 이 부회장을 ‘봐주기 판결’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대중은 분노한다.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건넨 돈이 석연찮지만 구속시킬 수는 없다는 데 절망한다. 현실과 이상이 벌어지자 원망은 영장을 기각한 판사에게 향한다.

영장 판사에 비난이 쏠리면 재판의 독립성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 판사가 비난 여론을 의식하는 순간 마음 속의 저울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론에 떠밀려 발부된 영장은 무고한 이들을 겨누는 수사기관의 무기가 된다. 누군가는 물건을 뺏기고 수감되며 계좌를 공개당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조 부장을 거쳐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의 몫이 됐다. 한 판사는 이날 오전부터 이 부회장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에 들어갔다. 주목해야 할 건 한 판사가 아닌 특검이 모아온 증거다. 특검이 지난 3주 간 뇌물 혐의의 핵심인 ‘대가성’을 입증할 정황과 증거를 얼마나 잘 모아왔는지가 영장 발부의 관건이다.

사법부 역시 시민을 원망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조 부장에 쏠렸던 비난은 과거 사법부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방증한다. 시민이 사법부를 돈과 권력을 떠나 소신있는 판단을 하는 곳으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법부는 조 부장에 쏠렸던 비난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판결로 시민의 믿음을 쌓는데 주력해야 한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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