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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면허시험 한달①] 운전병 출신도 “불합격입니다”…‘불면허’ 제대로 쓴맛
-자칭 운전고수 1종 대형면허 보유 기자 ‘불면허시험’ 체험
-공포의 T자 코스 ‘실격’…“나쁜 운전습관 탓에 바로 탈락”
-장롱면허 10년차 기자도 광탈…“기능합격자는 능력자네”

[헤럴드경제=이현정ㆍ유오상 기자] 지난 19일 운전면허 장내 기능시험장이 마련된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는 오후 2시께부터 시험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대기석이 가득 찼다. ‘물시험’에서 벗어나 ‘불시험’이 됐다는 운전면허 시험의 유명세에 대기석에 앉은 시험 대기자들은 모두 굳은 표정이었다. 이날 시험에는 운전경력 7년차 대형면허 소지 기자와 10년차 장롱면허 기자도 직접 장내 기능시험에 참가해 ‘불면허’ 소문을 직접 확인했다. 

평소 ‘운전 능력자’로 자신해온 운전병 출신의 기자가 서부운전면허 시험장에서 개정된 운전면허 기능시험 체험하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정석대로’ 참교육 가르쳐준 ‘불면허시험’=수동 차를 운전해본 지 2년이 넘었지만, 1종 대형면허까지 보유한데다 맞으면서 배운다는 운전병 출신이기 때문에 시험은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다. “시험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출발 전 조작 코스가 시작됐다. 간소화 이전에도 없던 평가항목이었다.

간단하게 기어 변속 등을 하고 나니 출발하란 방송이 나왔다. 바로 2단 기어를 넣고 클러치에서 발을 뗐다. 출발선을 넘자마자 계기판에서 5점이 감점됐다.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이전에 악명이 높았던 ‘경사로’ 코스는 손쉽게 넘었다. ‘굴절’ 코스와 ‘곡선’ 코스는 부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직각주차(T자 코스) 차례가 됐다. 언덕에서 손쉽게 통과해 자만했던 게 문제였다. 가속 페달을 밟고 교차로를 통과, 빠르게 코스로 진입하려는 순간 실격 판정을 받았다. 코스를 진입하며 두 바퀴가 모두 정지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차도폭이 간소화 이전 3.5m에서 3m로 50㎝나 줄어든데다 평소 잘못된 운전습관이 원인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란 생각은 ‘정석’대로 해야 하는 시험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이후 코스는 무사히 마쳤지만, 이미 실격 판정을 받았기에 무의미했다. 시험을 마치자 감독관은 “30년 경력의 모범택시 운전사도 며칠 전 실격당했다”며 위로를 건넸지만,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는 웃으며 “실격을 사실 예상하고 있었다”며 “제대로 운전하는 기술을 점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방심하면 곧바로 실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체험해본 코스는 실제 운전상황에서 쓰이는 기본 상황을 충실히 반영했다. 가장 어려워 ‘불면허’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직각주차 코스도 운전자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주차 기술이기 때문에 그 엄격함에 수긍이 갔다. 관계자도 “기능 시험을 통과하면 바로 연습면허를 발급받기 때문에 실제 도로에 나갈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시험 강화로 도로 위 교통사고 위험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장롱면허 10년의 기자가 기능시험 체험을 하고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 불합격이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장롱면허’의 “장롱면허 믿지 마세요”=장롱 면허 10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마저 헷갈리는 기자가 10년 만에 운전대를 잡았다. ‘안전’을 우려한 도로교통공단 측은 감독관을 동승시켜줬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출발 직후 경고음이 나오면 급브레이크를 밟고 비상등을 켜야 했다. 긴장한 탓일까. 어떤 소리도 들린 기억이 없었다. 안전요원의 다급한 외침에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 출발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10점이 날아갔다.

낮은 언덕과 사거리 신호등을 지나니 공포의 직각주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상한 공간에서 대체 어떻게 주차를 하란 말인가. 어찌할 바를 모르자 감독관은 강습 아닌 강습을 해줬다. “조금만 더 앞으로…스톱 스톱. 자, 여기서 운전대를 왼쪽으로 다 돌리시고” 어렵게 주차를 마치자 직각주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내가 나왔다. 안도하기가 무섭게 점수 기록 모니터의 숫자가 90에서 80으로 떨어졌다. “코스 지정시간인 2분을 초과하셨네요.” 2분 안에 직각 주차가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기능시험 합격자들은 능력자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코스는 다 지나갔겠지’하며 직각 주차 코스를 나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는 순간 모니터의 숫자가 70으로 떨어졌다. 탈선이란다. 어디서 탈선을 했는지 가늠조차 어려웠다.

최종 점수 70점. 불합격이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불합격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쓰라리다. 동승한 감독관은 “운전면허 시험을 강화한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장롱에서 면허를 꺼내기 위해선 철저한 운전 연습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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