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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길 교통안전 ②] 네덜란드 “골목길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어야”
- 디자인 통해 보행자 안전 확보 ‘본엘프’ 도입
- 보행자에 철저히 우선권…“제도라기보다 생활 개념”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보행자의 안전을 차량 소통보다 중요시하는 선진국에서 주택가 골목길과 주요 도로를 구역으로 묶어 차량의 속도를 시속 30~40㎞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개념을 처음 도입한 네덜란드에서는 “골목길 전체에서 아이들은 뛰어놀 수 있다”고 법에 명시해 철저히 보행자를 보호하고 있다.

경찰이 추진하는 ‘30 구역’은 네덜란드의 ‘본엘프(Woonerf)’ 제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968년 델프트 시에 처음 도입된 본엘프는 차도의 폭을 좁히거나 구불구불하게 설계해 시속 20㎞ 이하로 운행하도록 했다. 

네덜란드에서 처음 고안된 본엘프는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기 어려운 주택가 도로에서 디자인을 통해 차량의 속도를 억제하고 보행자의 안전과 여가를 확보하는데 초점을 뒀다. 네덜란드의 한 본엘프 구역. [사진=위키피디아]


본엘프는 단지 차량의 속도만 제한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라 골목길을 시민들 간의 만남과 소통의 장소로 탈바꿈하기 위해 디자인됐다. 차도와 보도와의 표면차이를 없애 보행자에게 편의를 더하면서도 경계석을 둬 차량이 인도를 침범하지 못하게 했다. 전체 도로는 테이블, 벤치, 모래상자등이 있는 여가 공간으로 꾸미고 보행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일정 공간은 주차공간으로 남겨 두었다. 이로써 본엘프는 안전한 주거지역에서 어린이들에게 놀이 기회와 사회접촉을 늘려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6년 본엘프는 법적 지위를 얻고 네덜란드 전역으로 확대됐다. 네덜란드의 도로교통법은 “보행자는 본엘프로 정해진 도로 내에서 도로 폭 전체를 사용할 수 있고 도로 상에서 놀아도 상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운전자는 사람의 보행속도보다 빨리 운전해서는 안 되며 보행자의 경로를 방해하지 못 하도록 못박고 있다.

델프트 시에서 본엘프의 보행자 보호 효과가 확인되자 네덜란드 전역에서 빠르게 정착됐다. 1990년까지 3500개 이상의 본엘프가 네덜란드와 인근 국가인 독일에서 건설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네덜란드에서 본엘프는 하나의 제도라기 보다 생활 개념으로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본엘프 개념은 1982년 일본에 ‘커뮤니티 도로’라는 이름으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는 ‘템포 30 존’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도입됐다. 독일의 경우 ‘템포 30 존’ 설치 이후 주거지 내 도로의 평균 차량 속도는 시속 3~8㎞ 가량 떨어졌고 교통발생량은 3분의 2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많은 수의 차량이 이곳을 우회하면서 보행자들의 안전이 확보됐다.

다만 각국 모두 이같은 구역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기 어렵고 이미 많은 차량이 오가는 지역에 이같은 구역을 지정할 경우 운전자들의 반발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분치 않은 주차 공간도 문제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보행자 우선 도로를 조성할 때 해당 도시에서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인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시설을 설치만 할 것이 아니라 차량에 비해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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