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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도깨비 방망이
요즘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드라마 몇 편에 등장한다. 도깨비와 인어의 초능력은 이런 저런 일로 고단한 국민에게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도깨비 공유가 서울 집 문을 열고 나가면 캐나다 퀘벡의 쁘티 샹플랭 거리가 나온다. 축지법을 쓴 것이다.

도깨비 부인 김고은이 한 걸음 옮길때 마다 도깨비는 그녀의 발이 닿는 횡단보도 한칸 한칸 색깔을 바꿔주는 신통술을 부린다. 성냥불을 켜면 공유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도깨비에 홀린 듯한 일들이 드라마 속에서 이어진다.



사서에 묘사된 도깨비는 시끌벅적 놀기도하고, 백성을 울리기도, 대박 나게하게 하기도 한다. ‘혹부리 영감’에서는 착하고 노래 잘 하는 사람의 혹을 떼어 욕심 많은 자에게 붙이는 장난기로 권선징악을 실현한다.

도깨비 신앙은 최소한 2000년은 된 것 같다. 옛 고구려의 땅 요동에서 멀지 않은 낙양의 도교학자가 1700년전에 쓴 ‘포박자’라는 책에서 도깨비는 길 가던 청년에게 자꾸 씨름을 하자고 조른다. 청년이 연전연승했는데, 알고보니 발이 하나였단다.

도깨비에게 돈을 꿔줬더니 매일 저녁 돈을 가져와 부자가 됐다는 얘기, 도토리를 깨물어 나는 소리에 놀라 도깨비 방망이를 팽개치고 도망친 동화 등에서는 마음 여리고 결초보은을 아는 존재로도 묘사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사람과 혼령 사이에서 태어난 비형(鼻荊)이라는 도깨비가 신라 진평왕때 절 주변에서 매일 밤새 법석을 떨며 놀자 왕이 불렀다. 비형은 혼이 날 줄 알았는데, ‘신원사 계곡에 튼튼한 다리 하나 놓아달라’는 부탁을 받자 기뻐하며 하룻밤 사이에 뚝딱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도깨비에 홀린 듯한 요즘이다. 국민은 지금 도깨비 방망이라도 쥐고 싶은 심정이다. 방망이를 쥔 사람들이 잘 해야 할 2017년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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