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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아이만 말 늦나요 ②] 언어치료때 부모는 나가있어라?…수업 효과에 의문
-언어치료 수업동안 밖에서 대기하는 부모들

-전문가,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수업이 가장 효과적”

-외국과 달리, 재활사 재량에 부모 참여 여부 결정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말을 늦은 아이들을 위한 언어치료기관이 성행하는 가운데 부모들은 정작 치료 과정에 배제되면서 언어치료수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언어재활업계에 따르면, 언어치료수업은 보통 40분 개인 수업과 10분 부모 상담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아이의 수준에 맞춰 단어 놀이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나 수업 과정에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배제된다는 것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서울 강남의 언어치료센터에 아들을 2년 동안 보냈다는 김모(42) 씨는 “일상 생활에서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부모인데 정작 부모들은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볼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선생님이 아이와 그저 놀아주는 것인지, 치료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10분 부모 상담으로는 파악이 어렵다”며 “치료 효과가 일상생활에서도 지속될 수 있도록 부모가 직접 보고 배워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 그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모들끼리 모여 상의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어치료 수업 시 부모가 참여할지 여부는 언어재활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의 참여를 제지하는 경우도 많다.

정경희 용인대 언어치료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언어재활사들이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지만 현재까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 참여를 위해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의지와 협조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참여가 아이의 언어치료수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이상은 강남연세언어치료연구소장은 “아이의 언어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언어재활사와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라며 “수업내용을 집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언어치료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경우, 영유아 시기의 언어치료 교육은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는 추세다. 미국 반더빌트대학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언어치료 수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경우 아이의 표현력, 이해력 및 어휘 수준이 언어재활사가 가르칠 때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도 부모를 참여시키는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언어재활사 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모들의 또다른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22개월 짜리 딸을 언어치료기관에 보내는 박모(41) 씨는 “언어재활사가 유능한지 구체적인 평가를 들을 곳이 없는데 1회당 수업비가 4만원에서 8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 적정한 금액인지도 알 수 없어 불안했다”고 말했다.

언어재활사는 1992년부터 약 25년간 민간 협회 주도하에 배출됐다. 2013년 정부가 언어재활사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을 시행하면서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한국언어재활사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약 8000명의 언어재활사가 활동중이지만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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