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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조리한 한국사회 민낯 ‘통렬한 비판’
-웹아티스트그룹 ‘장영혜중공업”展
아트선재센터서 3월 12일까지 전시
‘머리를 검게 물들인 정치인…’ 등
빠른 비트·화면으로 가감없이 담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지나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이게 뭐지?”싶은 현수막을 맞닥뜨린다. 빨강과 노랑 바탕에 전투적 글꼴로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고 적힌 대형 현수막은 건물 한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청와대를 둘러싼 촛불집회가 열리는 이 시국에 삼성을 정조준한 누군가의 메시지인가 싶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실은 세계적 웹 아티스트 그룹인 ‘장영혜중공업’의 작품 중 하나다. 장영혜중공업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관장 김선정)에서 6일부터 3월 12일까지 개인전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을 연다. 



장영혜중공업은 한국인 장영혜 씨와 중국계 미국인인 마크 보주가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이다. 런던 테이트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뉴뮤지움에서 전시하는 등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는게 미술관의 설명이다. 2012년에는 록펠러 파운데이션 벨라지오센터의 크리에이티브 아트 펠로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아트선재센터 1~3층의 전시 공간에 맞춘 비디오 설치 작업과 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웹 작업, 전시 리플렛 형식으로 배포되는 인쇄물 작업, 그리고 미술관 정면과 후면에 설치되는 배너 작업 등으로 구성된다.

비디오 설치작업은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마치 비디오 튜토리얼처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주는 텍스트와 음악이 결합된 애니메이션작업이다. 각 층마다 ‘가정’, ‘경제’, ‘정치’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로 이루어진 2채널 비디오 작업이다.

드럼을 주로하는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춰 화면이 속도감있게 넘어가는 1층의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와 3층의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 -- 무엇을 감추나?’는 작가가 생각하는 한국의 단면을 가감없이 담아냈다.

난해하자면 한없이 난해할 수 있는 텍스트아트 비디오설치 작업인데도, 작품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작품에 빨려들어간다. 카카오톡, 메신저 등 텍스트 기반의 인스턴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현대 한국인들에겐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이리라.

텍스트를 보고 있는데도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하다. 라임까지 맞춘 ‘찰진’대사는 밥상머리에서 술에 취해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뿐만이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사과드리는 바입니다”라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 문장을 쏟아내며 머리를 조아리는 정치인의 염색한 검은머리가 보이는 듯 하다.

2층의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작품앞에서는 태어나서부터 죽을때까지 삼성 제품으로 점철된 ‘삼성공화국’에 살고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삼성과 함께하면 ‘행복’하지만 삼성에서 벗어나는 순간 ‘외로운’ 우리의 자화상은 작가의 말대로 “삼성에선 무척 뿌듯하게 느낄지”도 모르나, 쓴웃음을 지울 수 없다.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이번 개인전은 ‘장영혜중공업’이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자본과 정치에 대한 주제를 관통하며 한국 사회의 단면을 살펴본다”면서 “우리 삶과 부조리를 들추어 내는 듯한 그들의 사유는 위트 넘치면서도 통렬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전시 이외에도 2월 9일에는 아티스트 토크가, 같은달 16일과 23일에는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입장료는 3000~5000원.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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