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존재로 그 자체가 의미인 일본
잦은 쿠데타에도 구심점 역할하는 태국
왕은 각 나라의 필요에 의해 존재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 ‘민주’와 ‘왕’은 모순되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국민주권 사상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왕은 여전히 존재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는 아직도 왕이 절대권력을 갖는다. 유럽에서는 선출된 권력과 함께 왕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21세기에 왕들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세계의 왕실’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군주제의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이다. 동시에 현대국가 중 가장 오랜 의회제도를 가진 나라다. 의회는 왕과의 투쟁과정에서 성장했고, 왕으로 인해 그 존재를 더 키워왔다. 영국의 왕은 의회와의 갈등 속에서 존재를 지켜왔다. 왕과 의회, 그리고 국민이 이룬 삼각구조가 영국의 지배구조다. 이 때문에 영국 왕실, 그리고 귀족은 나라의 구심점으로 솔선해왔다. 그래야 의회와 공존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의 남자들은, 귀족들은 반드시 군대에, 그것도 최전선에서 복무한다. 왕실과 귀족사회에서도 이를 당연한 의무로 여긴다.
일본은 입헌군주제이지만 영국과는 전혀 다르다. 영국과 달리 일본은 사무라이 호족인 막부에 의해 1000여년 가까이 통치됐던 나라다. 제국주의 일본에서는 의회에 의해 전쟁의 도구로 전락하기도 했었다. 오늘날 막부가 의회로 달라졌을 뿐, 일왕은 여전히 국가의 상징이다. 일왕은 하늘의 아들이며 일왕 가문은 지금까지 한번도 그 혈통이 끊어진 적도 없다고 일본은 주장한다. 비록 권력은 없지만 일본인에게 일왕은 현존하는 가장 절대적인 존재다. 영국처럼 솔선할 필요도 없다. 존재자체가 의미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왕권을 자랑한다. 그 바탕에는 최근 서거한 아둔야뎃 국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결정적이다. 잦은 쿠테타와 정치적 혼란 속에서 왕의 존재는 국민들의 구심점이 됐다. 아둔야뎃 국왕은 민생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지지를 얻었고 그 지지로 사실상의 권력을 얻었다.
중동의 국왕들은 여전히 절대권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권력은 서구 열강과의 절묘한 외교로 뿌리를 내렸지만, 이를 유지시키는 것은 돈이다. 석유로 또는 상업 등으로 일군 부를 바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자,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어버린 시리아가 왕정이 아닌 대통령제인 점은 아이러니다. 동시에 시리아의 대통령제가 사실상 세습형태를 띄고 있는 점도 오묘하다.
결국 왕은 아직도 각 나라의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 특히 정치적 혼란이 크거나, 사회적 갈등이 큰 경우 왕은 기준점과 해결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민주사회에서도 다양한 계급이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 각국의 왕실을 살피면 그 사회에서 지도층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누리는 만큼 때로는 누리는 것 이상의 헌신이 21세에도 왕과 귀족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아울러 그 존재만으로 나라와 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역할도 상당하다. 선출된 권력이 항상 옳지 않다는 점도 군주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영국에서도 왕실폐지 여론이 적지 않고, 일본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의 양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태국에서는 신임국왕의 자질논란이 여전하고, 중동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왕실 내 권력투쟁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21세기에도 왕들은 여전히 존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각 왕실의 역사도 다루고 있다. 왕실의 역사는 그 나라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시민혁명 이전의 역사는 왕과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왕실에 대한 이해는 그 나라의 오늘은 물론 어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이미 사라졌지만 유럽에서 가장 강력했던 프랑스 부르봉 왕가와 독일계 합스부르크 왕가의 명맥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유럽 각국의 왕실들은 결혼 등으로 꽤 끈끈히 연결돼 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중동의 국왕들은 여전히 절대권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권력은 서구 열강과의 절묘한 외교로 뿌리를 내렸지만, 이를 유지시키는 것은 돈이다. 석유로 또는 상업 등으로 일군 부를 바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자,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어버린 시리아가 왕정이 아닌 대통령제인 점은 아이러니다. 동시에 시리아의 대통령제가 사실상 세습형태를 띄고 있는 점도 오묘하다.
결국 왕은 아직도 각 나라의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 특히 정치적 혼란이 크거나, 사회적 갈등이 큰 경우 왕은 기준점과 해결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민주사회에서도 다양한 계급이 보이지 않게 존재한다. 각국의 왕실을 살피면 그 사회에서 지도층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누리는 만큼 때로는 누리는 것 이상의 헌신이 21세에도 왕과 귀족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아울러 그 존재만으로 나라와 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역할도 상당하다. 선출된 권력이 항상 옳지 않다는 점도 군주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영국에서도 왕실폐지 여론이 적지 않고, 일본에서는 아키히토 일왕의 양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태국에서는 신임국왕의 자질논란이 여전하고, 중동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왕실 내 권력투쟁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21세기에도 왕들은 여전히 존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각 왕실의 역사도 다루고 있다. 왕실의 역사는 그 나라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시민혁명 이전의 역사는 왕과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왕실에 대한 이해는 그 나라의 오늘은 물론 어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이미 사라졌지만 유럽에서 가장 강력했던 프랑스 부르봉 왕가와 독일계 합스부르크 왕가의 명맥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유럽 각국의 왕실들은 결혼 등으로 꽤 끈끈히 연결돼 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