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기의 경비원①] 1월이면 해고로 쫓겨나는 경비원 급증…노동청 ‘협조공문’도 무색
-노동청 “경비원들 고용불안 도와달라” 요청에도 입주민 반응 ‘싸늘’

-연초마다 ‘해고 공포’에 떠는 경비원들…입주민은 ‘관리비 부담’ 난색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영수(66) 씨는 새해 첫 출근날 해고 통보를 받았다. 별다른 이유도 듣지 못하고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김 씨는 나중에야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김 씨가 계속 일을 하면 퇴직금을 많이 내줘야 한다는 입주자 대표들의 성화에 관리실이 일부러 해고를 통보를 했다는 얘기였다. 김 씨는 “다른 경비원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요즘에는 50대 초반 지원자도 많아 구직이 어렵다”며 “잘못한 것도 없는데 퇴직금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해고당해 더 억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해부터 경비원들이 고용불안에 고통받고 있다. 새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관리비 인상 논란에 경비원 감축 계획을 세우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새해부터 경비원들이 고용불안에 고통받고 있다.

새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관리비 인상 논란에 경비원 감축 계획을 세우는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기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경비원 대신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아파트 경비원 수는 4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평균 월급은 격일제 근무를 해도 149만원 정도이지만, 평균 근속기간은 6년 10개월로 7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대부분 비정규직인데다 용역업체를 통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 안정성이 낮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경비원들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기 시작하자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인원 감축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열악한 경비원들의 현실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시내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대상으로 ‘아파트 경비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한 협조 요청’ 서한을 보냈다.

경비원들의 고용불안이 문제가 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서울 시내 500세대 이상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에게 보낸 서한에는 “아파트 경비직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고령자에게 매우 소중한 일자리입니다”라며 “경비근로자들이 고용불안에 처하지 않도록 당부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수미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오히려 경비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경비원들의 열악한 고용 문제에 동감해 아파트 입주자들의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공문을 받은 아파트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 씨가 근무하던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관리비 부담을 줄이자는 입주민들의 요구가 컸다”며 “마음은 아프지만, (노동청 공문은) 배려를 강제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했다. 다른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모(51) 씨는 “CCTV를 이용하면 대단지 같은 경우는 비용 절감폭이 크다”며 “관리비 절감 차원에서 CCTV로 교체를 원하는 주민들 민원이 많아 우리 단지도 올해부터 이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각종 복지제도가 개선되는 연초마다 경비원들은 해고공포에 시달린다. 경비원 조모(66) 씨는 “연말연시에 아파트 단지마다 대규모 해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혹시나 해고 통보를 받을까 지금도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 감독관은 “입주민들의 입장도 이해해 노동청에서도 고령자를 고용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각종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경비원과 입주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