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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시행 100일 ①]법 취지는 무색해지고 남은 건 ‘꼼수’
- 식사비 대신 식당 기프트카드 선물

- 식사 말미에 부하직원 불러 인원 수 늘리기

- 법 시행 후 시간 흐르면서 준법 의식 이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법규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과 이들과 자주 접촉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대부분 철저히 관련 기준을 지켜왔지만 시행 100일이 되면서 일부 법망의 빈틈을 노린 ‘꼼수‘도 나타나고 있다. ”설마 걸리겠어“라는 마음에 법규를 어기는 경우도 있다.

서울 시내 한 고급 한식당에서는 최근 새로운 식사법이 등장했다. 기업 홍보팀이나 대관팀이 공직자나 언론인과 상견례 차원의 식사 접대를 할 때 이 식당에서 쓸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상대방에게 선물하고 상대방은 자신의 식사비를 이 기프트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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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100일이 지나면서 전반적인 접대문화는 개선됐지만 법 망의 사각지대를 노린 ‘꼼수’도 늘었다. 식사비 대신 기프트카드를 선물해 식사비 한도를 피하도록 유도하는 식당 메뉴판.

이곳의 가장 저렴한 코스 요리도 5만원에 육박하다보니 이곳에서 청탁금지법 대상자에게 저녁식사를 접대하면 식사비 3만원을 기준으로 한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 그러나 현금이나 상품권 등 금품을 이용한 금품제공은 최대 5만원까지 가능하다. 식당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청탁금지법에 준한 상품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면서 기프트카드를 이용한 접대를 부추기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부 식당에서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이라는 기준을 이용해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최근에 확인하고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딱히 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망에 존재하는 사각지대가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개인이 먹은 음식의 가격보다 한사람 당 평균 결제 금액으로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다 보니 웃지 못할 경우도 생긴다. 한 중소기업 홍보 관계자는 “최근에 한 언론사 부장과 식사를 하는데 ‘고가의 한정식을 먹고 싶다’고 해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이 1인당 5만원 가량 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며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그 부장이 편집국원 2명 정도를 부르고 1만원 짜리 안주를 더 시켜 결국 4명에 12만원 기준을 맞췄다”고 전했다.

청탁금지법 신고가 서면으로만 가능하다보니 실제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드러내놓고 위반하는 사례도 있다. 한 대기업 홍보실 직원 A(52) 씨는 “주말 골프 약속도 없어지고 저녁 약속도 많이 줄었지만 보는 눈이 없는 이상 3만~4만원 정도 식사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법 시행 초기에는 칼같이 계산하면서 먹었지만 국가 분위기도 어수선해지다 보니 올해 안에 청탁금지법이 흐지부지되지 않겠냐는 말이 나돈다”고 했다.

중견기업 홍보실 직원 B(45)씨도 “어차피 영수증에 인원 수가 찍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3만원 넘는 밥도 편하게 먹고 내부 보고 자료에는 인원수를 늘려서 제출한다”며 “편법이라면 편법이지만 법 신경쓰다가 대관 업무를 제대로 못하면 곤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미 받은 홍보비를 청탁금지법 지키려다 다 소진하지 않으면 다음 해 홍보 예산이 줄어들어 이런 편법이 생긴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같은 편법 중에는 명확히 법 위반인 경우도 있고 애매모호한 경우도 있지만 공직자나 언론인이 기업 등으로부터 필요없는 접대를 받고 편의를 봐주는 것을 막겠다는 입법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탁금지법과 관련된 별별 ‘꼼수’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접대를 해야 싶다"며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접대를 강요하는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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