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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시행 100일 ②] 부정청탁 기준 애매해 ‘학점정정도 무서워진’ 교수들
-시행 100일 지났지만…학점 혼선에 교수들도 ‘곤혹’

-“청탁금지법 위반할까 성적 이의 안 받아”…학생과 갈등도

-“교수에게 재량권 주면 해결 가능” 대안 의견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 소속 A 교수는 최근 청탁금지법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적정정을 해줘도 되는지를 문의했다. 무심결에 성적정정을 요청하러 찾아온 학생이 건네는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속칭 김영란법)의 유권해석을 맡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학교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성적 이의 신청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지만, 정작 학교는 이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결국, A 교수는 학생들의 이의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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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오는 5일 시행 100일째를 맞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행 후 첫 성적 이의 신청기간을 맞으면서 청탁금지법을 둘러싸고 학생과 교수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사진=123rf]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오는 5일 시행 100일째를 맞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행 후 첫 성적 이의 신청기간을 맞으면서 청탁금지법을 둘러싸고 학생과 교수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권익위는 교수들의 성적 이의 문의가 잇따르자 “청탁금지법 제5조 1항 10조에 따라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는 위법”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나 일선 교수들은 “학교에도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 김모(61) 교수는 “이해당사자인 학생이 직접 성적정정을 요청해도 어느 선부터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며 “학교 규정에 따르라고 하는데 학생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교수들의 혼란에 대학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서울대학교는 일부 단과대가 “학생들의 학점정정 요청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교수들에게 발송했다.

해당 내용을 받은 일부 교수들이 성적 이의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이번에는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이모(23) 씨는 “공식적인 성적 이의신청조차 청탁금지법을 이유로 받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며 “학점 0.1점에 취업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공정한 이의제기 기회마저 박탈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은 교수들에게 “재수강을 위해 학점을 ‘F’로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대학 관계자는 “재수강 제도를 부정 이용하는 경우라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을 받아 이를 공지했다”며 “다른 학교의 상황을 살핀 후에 입장을 다시 정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행 첫 혼란을 겪는 대학가 상황에 대해 “교수에게 재량권을 주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의 경우, 자체 학업 성적처리 규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교수의 재량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성적 이의 신청도 교수의 재량권 아래에서는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전문가의 입장도 비슷하다. 김태형 변호사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더라도 대학의 성적처리 규정은 학칙에 따른다”며 “교수의 재량권을 인정할 경우, 교수의 학점정정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학의 학점정정 문제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학생이 성적 이의 신청을 하는 행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규정하는 학점 관련 학칙을 위반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제재 대상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학교와 교수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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