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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연시 말 못할 고민 ‘치질’ ③] 비데와 치질은 상관관계 있다? 없다?
-비데 수압 너무 세면 괄약근 자극해 치핵이 터지거나 치열 부위 심한 출혈 유발

-수압 약하게 하고, 좌욕기 이용도 증상 완화에 도움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비데(bidet)’는 이제 가정뿐만 아니라 사무실이나 학교, 공공 화장실 등에도 보급돼 있다. 아무래도 용변 후 휴지로 항문을 닦으면 항문 주름과 주름 사이까지 깨끗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물로 세척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치핵, 치루 등 치질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치질의 원인이 항문의 청결과 꼭 연관된 것이 아니므로 오히려 비데를 잘못 사용하면 항문을 자극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비데 이미지.

▶비데 수압, 세면 셀수록 좋다? =비데를 사용하는 사람 중에는 뭔가 더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을 위해서 수압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압이 너무 세면 오히려 치질 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상태에 따라 수압을 조절해 사용해야 한다.

초기 치핵 환자가 강한 수압으로 비데를 사용하면 항문에 경련이 일어나고 치핵 주변의 혈관이 터져 심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변비로 인한 급성 치열로 항문 점막에 상처가 생긴 상태라면 강한 물살 때문에 괄약근이 자극 받아 출혈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사용 횟수나 시간도 용변을 본 후 하루 1~2회 정도, 3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데 사용 후에는 반드시 건조기능이나 휴지를 이용해 엉덩이를 잘 말려야 한다. 제대로 건조하지 않아 항문 주변에 습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이 쉽게 번식해 염증이나 고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민상진 메디힐병원 원장은 “비데 기능을 맹신해 강한 수압으로 하루 4~5차례 이상 과도하게 사용하면 민감한 신체부위가 자극될 뿐만 아니라 항문 보호층이 손상돼 치질, 항문소양증 등의 항문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치질 환자라면 전자식 비데보다 샤워기형의 수동 비데를 설치해 가볍게 마사지 하듯이 항문 주변을 씻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변비나 치질 예방하려면 비데로 관장하라? =최근 변비해소나 독소배출을 위해 관장기능이 추가된 비데를 이용해 관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비데관장’은 비데의 가늘고 강한 물줄기가 직장 안까지 도달해 점막을 자극함으로써 변의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비데를 이용한 관장은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항문을 강제로 여는 방법으로 근본적인 치료책이 아니다.

오히려 습관적으로 관장을 하면 항문의 개폐를 담당하는 괄약근과 직장, 대장에 복합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비데관장을 6개월 이상 지속하면 항문과 직장 신경의 감각이 둔해져 변이 직장까지 도달해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는 변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항문 괄약근이 느슨해지거나 항문점막이 충혈돼 치질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항문 상처로 변이 찔끔찔끔 나오는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민 원장은 “관장을 자주하면 배변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오히려 변비가 만성화될 수 있고 비데로 관장을 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대장까지 침투해 출혈, 궤양, 복막염, 패혈증 등 심각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비데 대신 샤워기 등을 활용해 하루 3~5분 정도 꾸준히 온수 좌욕을 하면 항문 주변 혈액순환을 도와 변비나 치질의 통증 완화에 더 효과적이다”고 충고했다.

▶좌욕=따뜻한 물에 엉덩이 담그기? =항문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좌욕이다. 좌욕을 하면 항문 조임근이 이완돼 항문압이 낮아지고, 괄약근 주변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므로 치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흔히 ‘좌욕’이라고 하면 대야나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엉덩이를 오래 담그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항문질환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랜 시간 쪼그려 앉아 있으면 항문 혈관의 압력이 증가하거나 치열 부위 상처가 덧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올바른 좌욕법은 좌욕기나 샤워기와 같이 거품(에어버블)을 발생시켜 항문주변을 마사지할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한다. 좌욕기를 이용하면 에어버블에 엉덩이를 댄 후 항문 괄약근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 된다.

좌욕기가 없다면 일반 샤워기를 이용해 물살이 세지 않게 조정한 후 자신의 체온과 비슷한 37~38도의 온도로 항문 주변을 마사지해주면 된다. 시간은 3분 정도가 적당한데 좌욕하면서 노래 한 곡 정도 틀어두면 시간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좌욕 후에는 물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완벽하게 건조해야 항문소양증 등의 2차 항문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임신 중 좌욕은 위험하다? =임신을 하면 황체호르몬의 작용이 활발해져 대장의 연동운동이 느려지고 임신 중 복용하는 철분제, 태아의 무게 상승 등의 영향으로 변비가 심해진다. 변비로 인해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치질이 발생하기 쉬운데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 바로 좌욕이다.

임산부는 하루 3번 정도 좌욕기를 이용해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5∼10분 정도 좌욕을 하면 변비와 치질을 예방할 수 있다. 하루 3번이 힘들다면 하루에 한번, 배변을 한 후 비데나 샤워기 물살을 이용해 부드럽게 항문 주변을 마사지 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또 평소 항문 근육을 꽉 조였다 풀어주는 케겔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변비와 치질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 설치된 비데를 사용할 때는 분사구가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여성이 공공장소에 설치된 비데를 강한 물살로 사용하면 물살이 질까지 침입해 질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공공비데 사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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