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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책실패 사례의 종합판 돼버린 AI 사태
일파만파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는 정부의 무사안일한 늦장 대응이 불러 온 참사다. 불과 한 달만에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는 2000만 마리를 넘어 사상 최고 피해기록을 경신중이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충북 음성에선 매몰할 땅도, 태워버릴 열처리 시설도 부족해 죽은 닭 12만 마리가 쌓여 있다. 시중에 계란은 동이나고 빵집과 요식업계 등 골목상권으로 파장이 번지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백신 대책과 계란 항공수입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특히 계란대란에 대한 정부 대처는 두달 전 청정국 지위 운운하다 사상 최대의 살처분사태를 맞은 AI 발생 당시와 근거없는 낙관론에 늦장대응이란 점에서 똑같다. 이달 초 농식품부는 “겨울은 방학으로 학교 급식 수요가 줄어드는 달걀 비수기”라면서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내년 여름께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불과 2주일도 안돼 한판에 4500원하던 계란은 8000원으로 올랐고 그나마 구하기도 쉽지않다. 이 때문에 동네빵집과 돈가스 북어국 분식집 등 계란을 재료로 쓰는 골목상권의 제빵ㆍ요식업계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급기야 신선란을 항공기로 수입키로하고 운송비 지원이나 일시적인 관세 인하 혜택 등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비행기로 수입한 계란값이 얼마가 될지, 수입에 나서는 민간업자가 있을지 조차 분명치 않다.

정부는 백신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항원뱅크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 2주 만에 백신 제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론상 200가지에 달하는 AI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을 만들기도 어려울뿐 아니라 수천만마리가 넘는 닭에 일일이 접종하는 것 자체도 엄청난 일이다. 게다가 백신 사용이 바이러스 변이를 촉진해 인체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선진국이 AI 백신을 만들어 놓고도 살처분 정책만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여론에 떠밀려 내놓은 전시행정으로 폄하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가 관련 수단을 모두 동원해 전쟁하듯 총력 대응했는지도 의문이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위해선 선제조치가 필요하고 1분 1초가 중요하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선 AI 확진 판정 뒤 2시간 만인 밤 11시에 아베 총리가 ‘철저한 방역’ 지시를 내렸고 다음날 새벽 4시 방역작업이 시작됐다. 반나절만에 범정부 차원 대책도 마련됐다. 결과는 불과 대여섯건의 발생지역, 100만 마리를 조금 넘는 살처분이었다. 지금 우리는 거기서 계란을 사와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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