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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좀처럼 줄지 않는 임금체불…솜방망이 처벌 탓 크다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백화점과 아웃렛 등 대형 유통업체 10곳 중 7, 8곳이 임금체불 또는 최저임금 미지급 등 기초고용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고용부가 21일 발표한 관련 업종 하반기 일제 점검 결과가 그렇다. 대상 업체 4005개소 가운데 3108개소가 법을 어겨 적발율이 무려 77.6%에 달한다. 근로자에 대한 정당한 임금 지급과 최저임금 준수는 사업주의 기본 의무다.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고용질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 못지 않게 기존 일자리 근로환경을 제대로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랜드그룹이 계열사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의 아르바이트 직원 임금 미지급 건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깊이 반성하고 밀린 임금은 모두 지불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회사는 최근 근무시간 쪼개기 등 교묘한 방법으로 아르바이트 근로자에게 줘야 할 임금 수십억원을 주지 않아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임금체불은 이제 만성화된 고질병이 됐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의하면 11월 말 현재 전체 체불임금 규모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늘어난 것으로 10년래 최대 규모라고 한다. 임금체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지속되는 경기 부진 탓이 크다. 하지만 고의로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는 악덕 사업주들도 적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그 피해자의 상당부분은 영세업체 근로자나 여성, 청소년과 고령자 등 고용취약계층이다. 피해를 당하고도 하소연조차 할 수없는 처지들이라 더욱 안타깝다. 이웃 일본만해도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3배나 되지만 체불임금액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정부는 근로감독을 강화한다지만 감독관 한 사람이 1500개가 넘는 사업장을 제대로 감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근로자 자신과 가족의 소중한 생계비인 임금을 규정대로 주지 않는 것은 중범죄다. 근로기준법에는 3년 이하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지만 기껏 100만, 200만원 벌금이 고작이다. 이번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대한 조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시정조치에 그치고 사법처리는 12건에 불과하다. 또 부과된 과태료는 평균 60만원도 되지 않는다. 그런 정도로는 임금 부조리의 관행을 뿌리 뽑기 어렵다. 사업체를 아예 접게 하거나, 패가 망신을 당한다는 인식이 박혀야 실효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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