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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 결석생 하루 100명도”…‘유행주의보’ 허점탓 학교 사전대응 늦어져
-학령기 독감 환자수 1000명당 152.2명…감시체계 도입 이래 최고치

-보건당국, 교육부에 조기 방학 검토 안내

-학생 환자수 11월 말 이미 유행단계…8일에야 유행주의보 발령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사상 최대 규모의 학생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환자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 조치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독감 유행주의보 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허점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독감이 휩쓸고 간 뒤 늑장 조처가 취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초ㆍ중ㆍ고교 현장에서는 모든 학년에 걸쳐 사실상 ‘대유행’ 수준에 이른 독감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선 현재 한 반에 3~5명씩 독감으로 인한 결석생이 매일같이 발생하고 잇다. 이 학교 교사 이모(42ㆍ여) 씨는 “지난 5일엔 감기로 인한 결석생이 100여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다보니 독감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들 모두 독감 비상이 걸린 채 일주일남은 방학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동대문구 한 초등학교의 교장은 “이미 많은 학생들이 독감 의심 증세로 결석하고 있고, 아직 등교하고 있는 학생들도 기침을 하거나 미열이 있는 경우가 있어 결석자 수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30일로 예정된 겨울방학을 앞당기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각 학교에 학사일정을 조정해 조기 방학을 검토하라고 지난 20일 안내했다. 집단활동으로 인한 독감 확산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이날 서울 시내에서도 초등학교 1개교가 26일로 예정된 방학을 22일로 앞당겼다.

최근 6년간 대부분 학교들이 방학에 돌입한 1월에야 내려지던 유행주의보ㆍ경보가 올해엔 다소 이른 12월에 내려지며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20일 밝힌바에 따르면 학생연령(7~18세) 독감 의심 환자수는 49주(11월27일~12월3일) 1000명당 40.5명에서 50주(12월4일~12월10일) 1000명당 107.7명으로 급증했다. 51주(12월 11일~12월17일)에는 152.2명(잠정치)으로 지난 1997년 독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의 경보 체계가 갖고 있는 허점때문에 학교 내 독감의 대유행을 막지 못하고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전체 연령대 독감 환자수를 기준(1000명당 8.9명 초과)으로 지난 8일 유행주의보를 발령했고, 이 시기에 맞춰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 역시 독감 예방 및 확산방지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지난 8일(49주 기준)엔 이미 학생 독감 환자수는 전체 환자수의 3배,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 4.6배에 이른 시점이었다. 학령기 독감 의심환자가 유행 기준을 넘어선 것은 이미 11월 셋째 주(1000명당 9.8명)였다.

초교 4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42ㆍ여) 씨는 “독감으로 인해 한반 정원 27명 가운데 15명이 등교했다”며 “이런 추세가 2주전부터도 이어지고 있었는데 정부의 뒤늦은 조치는 ‘소 잃은 뒤 외양간 고치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 최모(45ㆍ여) 씨는 “우리 학교에선 학생들의 독감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단 판단하에 학교장 재량으로 지난달 30일 인플루엔자 예방 관련 가정통신문을 내려보내는 등 먼저 대응했고 지금은 진정단계”며 “보건ㆍ교육 당국의 유행주의보만 기다리고 있었다면 대유행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관계자는 “과거 학교들이 방학에 들어가기 전 12월에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도 1000명당 10명 내외에 그쳤던 환자수가 올해는 급격하게 치솟으며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될 경우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보험 급여가 시행되는 만큼 특정 인구층, 지역에 한정해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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