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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축의 시대]‘美 금리인상→강(强)달러→조달비용 상승ㆍ스펀지 달러’… 달라진 긴축의 시대 풍경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예상보다 빠르고 급격한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는 글로벌 자금 흐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정상화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선진국은 신흥국에 유입된 돈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조달 금리가 높아지면서 그간 빚으로 굴러왔던 글로벌 경제도 발목을 잡히게 됐다. 이와 관련 부동산 및 원자재 시장에도 그늘이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연준이 내년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14일(미국시간) 미 달러화는 급등했다. 1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WSJ 달러지수는 91.12로 2002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꾸준히 강세를 띄었던 달러화가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얻은 모양새다.

[사진=123rf]

강달러는 신흥국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신흥국 통화 약세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지난 한 달 간(11월 8일∼12월 7일) 신흥국 주식펀드에서는 90억8100만 달러가, 신흥국 채권펀드에서는 119억6500만 달러가 각각 빠져 모두 210억 달러(약 25조 원) 이상이 순유출됐다. 빠져나간 돈은 대부분 미국 등 선진국 주식으로 유입됐다.

신흥국 기업들은 향후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내년에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 중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1200억 달러(약 140조 원)로 전체 부채 중 10%에 해당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빚이 늘어난 신흥국들로서는 금융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모두 3조5100억 달러(4105조 원)에 이른다. 이미 멕시코 등 일부 신흥국들은 환율 방어 등을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도해 위안화 하락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를 동력으로 성장해 온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직접적으로는 미국 주택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기지 금리 인상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 모기지 보증 기관인 프레디 맥의 집계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지난주 4.13%까지 치솟으며 올해 최고를 기록했을 정도로 대선 이후 모기지 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 충격이 더해지면 가계의 이자 부담도 더해질 수 있다.

다른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은 0%로 맞추려했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0.08%까지 올랐고, 이달 초 주요은행들은 줄줄이 모기지 금리를 올렸다. 최근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한국 역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금리인상으로 인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달러는 국제 원자재 가격도 짓누를 전망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국제유가는 산유국 감산 효과에 대한 의문과 강달러가 겹치면서 4% 가까이 하락했다. 금값은 금리인상 발표 전 장이 마감돼 상승하기는 했지만, 금리인상이 발표된 후인 장외 거래에서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미국 증시의 S&P500지수는 에너지와 유틸리티 업종이 2% 이상 급락하면서 0.8%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가뜩이나 통화 약세와 자금 유출로 고통받고 있는 신흥국 경제를 더욱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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