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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석고대죄도 시원치 않은 판에 새 계파 만든다는 친박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40여 명이 11일 심야회동을 갖고 계파모임 ‘혁신과 통합연합’을 발족하기로 했다. 현역 의원 50명을 포함한 원내외 인사 80여명이 참여한다니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친박계가 비박계 인사들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에 맞대응 성격의 모임을 만든 목적은 자명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당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되레 비주류측을 겨냥해 ‘배신자’라며 반격을 시작했다.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친박계의 이같은 모습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박 대통령을 심판한 국민들은 결국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그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는 최순실과 그 일당이 각종 특권을 누리며 국정을 좌지우지할 때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세력이다. 석고대죄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려도 시원치 않은 판에 알량한 기득권을 움켜쥐고 제 살길을 모색하는 건 민심을 역행하는 것이고, 그동안 지지해준 국민에 대한 배신일 뿐이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 수가 반대보다 더 많았다는 결과가 무엇을 시사하는 지를 친박계는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박 대통령을 감싸는 친박계가 더 이상 새누리당 주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물론 친박계가 새로운 계파를 만들어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설령 당이 두 쪽으로 갈라지더라도 자신들의 지역을 근거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KT 자민련’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그들이 텃밭이라고 생각하는 지역 여론도 돌아선지 이미 오래다.

친박계는 지금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은 발전적 해체를 통해 새로운 보수세력 결사체로 거듭 날 수 있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정치도 사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축의 하나가 와해된 상태다. 이를 속히 재건하는 게 무엇보다 화급한 과제다. 친박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친박계는 이미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버티기로 나온다면 두 번 죄를 짓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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