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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그 후 ②] 외신들 “한국 다음 과제는 부패 청산”…‘정직의 섬’ 제 기능해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과제는 ‘부패 청산’이라고 11일(현지시간) 외신들이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최근 세계 각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탄핵 위기에 처한 사례들을 되짚으며 그 공통 배경에는 ‘제도적 부패’가 있다고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제도적 부패란 부패가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사회 전체에 퍼져 시스템화한 것을 말한다. 


보스톤 대학의 행동경제학 교수인 레이먼드 피스먼은 제도적 부패가 있는 나라에서는 부패 자체가 하나의 ‘균형(equilibrium)’ 상태가 된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비리를 저지르고자 할 경우 공모자를 찾기 어려워 비리 수행 비용이 높아지지만, 제도적 부패가 있는 국가에서는 비리 공모자를 쉽게 찾을 수 있어 비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스캔들은 개인의 도덕적 일탈이라기 보다는 ‘결함이 있는 시스템 속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한 결과물’이라고 피스먼 교수는 주장했다.

NYT는 한국이 제도적 부패를 안고 있다는 근거로 최근 몇년 사이 드러난 부패 사례들을 꼽았다. 세월호의 안전점검을 피하려고 공무원과 선박 소유주가 공모한 일이나, 지난 1월 이완구 국무총리가 뇌물 수수 파동(성완종 스캔들)에 따라 사임한 일, 재벌 관련 주요 스캔들 등이다. 박 대통령은 독신인 데다 가족도 없어 전임 대통령들이 겪어야 했던 친인척 비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물거품이 됐다는 점도 짚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부패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로 사법기관을 꼽았다. 비록 부패한 사회에서는 사법기관도 신뢰를 갖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한 독립성을 보장받고 비리를 수사한다면 사회의 균형점을 부패로부터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콜로라도대 정치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프 스테프스는 부패 수사 검사들을 ‘정직의 섬’(islands of honesty)이라고 부르면서 “이들의 권한이 부패를 뿌리뽑을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시민사회와 연결된다면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검찰 역시 시민사회의 감시와 응원 하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외신들도 한국의 다음 과제로 부패 문제, 특히 정경유착을 꼽았다. 호주 SBS 방송은 박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난 주말 사이에도 수많은 시위대가 광화문에 나왔고 그들이 부패 청산을 부르짖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한국이 박정희 정부 때부터 정경유착으로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서 경제를 성장시켰지만, 최근 불평등이 심화하고 청년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정경유착 해소에 대한 요구를 전하면서 국정공백이 커질 경우 자유시장경제를 훼손할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될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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