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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그 후 ①] 한국에 상륙하는 포퓰리즘 경계령…점진적 개혁이 중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한국을 덮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고조되는 ‘반(反)기득권’ 감정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빈부격차,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유럽과 미국을 휩쓸었던 포퓰리즘의 화약고가 한국에도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경유착 등 ‘제도적 부패’(systemic corruption)가 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야기했다는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기득권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와 점진적 개혁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파시스트적인 ‘아웃사이더 정치’가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3분기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로 떨어지고 가계부채는 늘고 수출은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청년 실업은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최순실의 딸이라는 이유로 대입 등 각종 혜택을 받은 정유라는 청년들을 분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가계는 실업과 산더미처럼 쌓이는 빚에 허덕이고, 경제는 빈부격차와 떨어지는 성장률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정경유착, 그리고 기득권 부패가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탈리아의 개헌안 부결 등으로 이어진 포퓰리즘의 화마가 한국에 상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촛불에 드러난 민심을 헤아리고, 이에 대한 점진적 개혁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먼지처럼 켜켜이 쌓인 부패가 경제적ㆍ정치적 시스템의 일부가 된 한국적 치부에 대한 내과ㆍ외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곳은 재벌뿐만 아니라 장례식과 결혼식 등 완화된 형태의 뇌물 문화(soft bribery)가 발달한 곳”이라며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단순 재벌타파 및 기득권 청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레이먼드 피스먼 보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부패 스캔들을 개인의 잘못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오도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부패가 만연하다 못해 체제화된 ‘제도적 부패’(systemic corruption)라고 일침을 가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태만 보더라도 문제는 기득권층의 부패가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체제화된 부패라는 것이다.

특히 ‘포퓰리즘 경계령’을 인기영합적 경제정책으로 모면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일 도이체뱅크의 율리아나 리 선임경제연구원은 “정치적으로 인기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면서 “극심한 빈부격차에 앞서 지금 한국 거시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리 연구원은 그러면서 “낮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과 규제완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급증한 국가부채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경제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한 복지정책보다는 산업개혁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장기화될 수록 급진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인기를 얻는다는 점이다. WSJ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남아있으려고 하면 할 수록, 급진주의자들은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며 “(혁명적 변화로) 개혁이 아닌 자유시장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대표가 뽑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학교 정치학과의 얀-워너 뮬러 교수는 이와 관련 포퓰리스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합의를 통해 이뤄진 기존의 제도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뮬러 교수는 “모두를 대표하는 대표란 존재할 수 없다”라며 “민주제가 만든 시스템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정의’ㆍ‘민의’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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