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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위기의 푸드학 ②] “치즈 100g에 지폐 100g!”…사라지는 베네수엘라 ‘식문화’
-고기 채워 튀긴 ‘아레빠’ 튀김옷만 팔려



“개에게 간식으로 주던 소 간 덩어리 하나도 이제는 줄 수 없다. 내가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는 음식을 얻기 위해 머리카락을 팔거나 쓰레기를 뒤져야 한다. 돈을 가지고 있어도 하루 사이 오르는 환율 때문에 자루를 들고 은행으로 뛰어가야 한다. “치즈 100g에 지폐 100g!” 돈도 화폐단위가 아닌 지폐의 무게로 계산한다. 올 한해에만 720%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베네수엘라에서 식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이후 베네수엘라의 식문화를 사라졌다. 옥수수 가루를 빚어 속에 치즈나 고기를 채워 호떡처럼 굽거나 튀긴 대표식품 ‘아레빠’(arepa)는 튀김옷만 팔리고 있고, 게살파스타에는 게살이 없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주로 먹었던 단백질 식품인 우유와 고기, 콩 등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어부들은 해적이 돼 약탈을 벌이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3개 대학교가 지난 4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2%가 하루 1~2끼를 먹는다고 답했다. 식사를 하더라도 바나나 한 개나 빵 한조각이 전부였다.

영양 증진 재단인 뱅고아 재단의 마리아네야 헤레라-퀜카는 “영양불균형도 극심한 상황”이라며 “대부분 지방만 섭취하고 있어 국민의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라고 가디언 지에 밝혔다. 뱅고아 재단이 4000명의 10대 학생들을 무작위 추출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영양실조 상태이거나 학교를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양사 쿠르세스는 “칼슘섭취가 부족한 반면, 탄수화물은 과다섭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며 “가장 싼 음식이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나마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희망인 빵마저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베네수엘라의 아레빠 업체들은 잇따라 재료 고갈로 생산을 중단했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식량공급처인 엠프레사스 폴라도 보리와 설탕 고갈로 맥주와 탄산음료의 공급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상태다.

베네수엘라 농촌에서는 자가재배에 나선 가구가 늘고 있다. 가디언 지는 베네수엘라 카르카스의 주변 산지와 인근 지역인 카르피타에서 집 앞에 직접 옥수수와 콩, 고추, 바나나 등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 여름 이후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경제도 동시에 추락했다. 식량난과 생필품 등 모든 물자가 부족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국민들이 물자를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일도 빈번한 상황이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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