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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년보다 금액은 크게 줄었지만…그래도 2016년 겨울은 따뜻했네
안진영 구세군 사관학생

명동거리서 2교대로 모금활동

어려운 사람들이 더 십시일반

‘불우’라는 말의 어원에는 ‘신도 외면했다’는 뜻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세군 모금 활동 중에는 ‘불우이웃’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따듯한 연말을 위해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88년째를 맞는 구세군 모금활동이 지난 1일부터 전국에서 시작됐다. 지난 6일 안진영(37) 구세군 사관학생의 서울 명동 거리 모금활동을 함께 해봤다.

6일 명동중심가 구세군 자선남비 온정의 손길이 뜸하다. 얼어붙은 연말경기와 최순실게이트로 촉발된 탄핵정국이 맞불려 시민들의 마음이 따뜻함을 잃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낮 12시에도 영하를 웃도는 쌀쌀한 날씨에 행인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외투를 여미느라 팔짱을 낀 경우가 많았다. 그 사이에서 나타난 안 씨의 모습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색 코트에 장교 모자, 모자에는 ‘구세군’이라 쓰인 빨간 띠가 둘러 있었다. 한 손에는 구세군의 상징인 빨간 철제 모금함도 들려 있었다.

매일 정오에 시작되는 구세군의 모금활동은 오후 8시까지 계속된다. 추운 날씨에 얇은 정복을 입고 모금활동에 나선 그는 특유의 맑은 종소리와 함께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안 씨는 “지금 명동 거리에만 8명의 구세군이 활동하고 있다”며 “식사와 휴식을 고려해 2시간씩 2교대로 매일 모금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지난해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1기로 입학해 현재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기존의 구세군 사관학교가 2년 과정의 정식 대학원으로 인정받으면서 학위를 받게 되는 첫 기수가 됐다. 구세군 활동만을 위한 교육에서 학과 공부가 강화되며 업무량은 한층 늘었다고 한다. 그는 “부부가 함께 입학하도록 돼 있는 구세군 특성상 아내도 근처에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며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훈련도 2년동안 함께 받았다“고 했다.

집안의 반대에도 아내를 설득해 구세군 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구세군도 월급을 받지만, 사회에서 봤을 때는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로 적다”며 “가족의 반대도 있었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구세군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모금활동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모금에 참여한 인원은 단 5명. 안 씨가 맡은 명동 거리의 모금함에는 하루 평균 50만원 정도가 모인다. 예년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안 씨는 “지난해 잠실에서 모금 활동을 했을 때는 주말에 많게는 130만원까지 모였었다”며 “예전과 달리 명동거리의 모금액은 점차 줄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모금함을 찾는 사람 중 대부분은 길을 물어보러 온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3개 국어가 가능해 명동으로 배정됐다는 그는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길을 가르쳐주며 구세군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안 씨는 “구세군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다 보니 알아봐 주는 외국인도 많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외국인들의 참여 비율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모금액은 줄었지만 오히려 이번 겨울에서 희망을 봤다고 안씨는 말했다. 그는 “올해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이 서로 도와주려는 문화가 자리잡는 등 긍정적인 면을 많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려운 분들이 모금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며 “더 어려운 사람을 향해 동하는 심정으로 모금에 나서는 분들을 만나다 보면 올해 분위기는 오히려 더 따듯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로 모금행사를 돕는 자원봉사 브라스밴드가 나타나면 인근 커피 전문점에서 무료 커피를 대접하는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쉬는 시간 식사를 하러 인근 식당에 가면 값을 할인해주겠다고 나서는 분도 있다”며 “주변 상인들이 큰 힘이 되고 있어 추위에도 모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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