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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립고 따스한…백석의 詩, 대학로서 만난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공연
자야 김영한과 애틋한 사랑 이야기
詩 읽을때처럼 뭉클한 감동·여운 가득
백석의 삶 기록 연극 ‘백석우화…’도 성황



찬바람 부는 계절, 시(詩)가 어울리는 때이다. 올 상반기 윤동주 시인을 소재로 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면, 하반기에는 백석(1912~1996)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문단의 모던 보이이자 시인들의 시인으로 불리며 사랑받던 백석을 조명한 연극과 뮤지컬이 현재 서울 대학로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백석은 광복 이후 고향인 평안도에 정착하면서 한때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 월북 작가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지면서 그의 작품이 재조명됐다. 방언을 즐겨 쓰면서도 모더니즘을 수용한 감성적인 시는 학계는 물론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독특한 시는 후대의 창작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공연으로 만들어진 두 편의 작품 모두가 영향을 받았다.



먼저 11월 초연의 막을 올린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국수’ ‘여우난곬족’ ‘여승’ 등 백석의 대표작을 가사에 담아낸 창작극이다. 예술가를 다루는 기존 공연들이 일대기나 예술에 대한 철학 등을 다룬 반면, 작품은 백석이 젊었을 적 그의 연인이던 자야 김영한과의 사랑을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감성으로 풀어냈다.

김영한이 백석에 대해 회고한 에세이집 ‘내 사랑 백석’에서 여러 이야기를 가져왔듯, 극은 자야가 기억하고 바라본 백석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젊은 시절 두 사람은 궁핍했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서로를 사랑했고, 자야는 백석의 천부적 능력이 꽃피울 수 있도록 힘썼다. 이후 기생으로 살며 고급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던 자야는 평생 모은 10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절에 시주하는데,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가 그 사찰이다. 기부한 돈이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에 말에 자야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하다”고 답했다고 알려져 있다.

극에는 백석을 바라보는 자야의 애틋한 시선이 담겨 있어 그의 시를 읽을 때처럼 그립고 뭉클한 감정이 올라온다. 배우 3명과 피아노 1대가 소극장 무대 위에 풀어놓는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백석의 시어(詩語)가 가사에 담긴 것이 큰 몫을 하는데, 공연을 보고 나면 시집 한 권을 읽고 난 것처럼 잃어버렸던 감성을 충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년 1월 22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 관람료 5만 5천원.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백석의 삶을 서사적으로 기록한 연극 ‘백석우화-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도 재공연 중이다. 지난해 초연 당시 유료 점유율 90%를 넘기고, 입소문을 통해 모인 관객들로 막바지에는 좌석이 없어 돌아간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고단하고 굴곡진 삶을 살았던 백석을 통해 힘든 현실에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았던 시인의 순수함을 강조한다.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이 직접 극작을 맡고 소리꾼 이자람, 강효주, 박진희 등이 백석의 시를 판소리, 정가, 발라드 등 음악으로 구성해 아름답게 들려준다. 특히 배우 오동식이 젊은 시절부터 85세 노년의 백석의 모습을 표현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다. 내달 18일까지 30스튜디오에서 금·토·일만 공연. 관람료 3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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