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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믿음의 가이드러너
“여기 조금 다른 경기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신보다 타인을 더 믿는 경기, 앞서가는 이보다 뒤따르는 이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기, 이들은 시각장애 스키선수와 가이드 러너입니다.” (‘연결의 파트너’ 기업 사회공헌 동영상)

‘겨울스포츠의 꽃’ 스키 보다 더 아름다운 스키 이야기 꽃이 있다. 저 자신 조차 믿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은데, 나보다 남을 더 믿고 의지하는 시각 스키 선수와 가이드 러너 간 순백의 우정이다.

가이드 러너는 시각 알파인 선수를 이끄는 스키어들이다. 신호가 울리면 시각 스키어와 함께 출발한 뒤, 앞서 달리다 직진 주로이든, 회전구간이든, 기문 통과 코스이든, 지형지물을 RFID 무선 통신기로 알려주면서 패럴림픽 선수의 원활한 활강 또는 회전을 유도한다.

소치 동계 패럴림픽 알파인에서 당당히 4위에 오른 양재림의 가이드러너 고운소리는 원래 스키선수였다. 한국 스키 세계대회 최고 성적은 32위였다.

고운소리는 13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올림픽 대표, 세계대회 메달의 목표를 세웠지만, 꿈을 모두 이루지 못한 채 은퇴하고 만다. 긴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번민하던 차에 가이드 러너라는 역할에 관심을 가졌고, 양재림과 인연이 닿으면서 ‘꿈을 떠나 보내는 순간, 새로운 꿈을 만났다’고 기뻐했다.

양재림은 유년시절 어머니가 균형감각을 길러주려고 스키를 시킨 것을 계기로 패럴림픽 메달을 꿈꾸며 설원을 누볐다. 딸의 건강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애정 가득한 만류가 있었지만, 스키에 대한 사랑과 미증유의 한국 스키 메달리스트가 되겠다는 열정으로 버텼다. 그는 지금 평창을 노린다.

고운소리와 양재림은 두 몸 한 영혼이다. 믿음이 둘을 잇는다. 그들은 어둠을 걷어내고 믿음의 세상을 여는 밀알들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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