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사무실에서 내근을 하는 직장인 이모(39)씨는 최근 회사 건강검진에서 비만 판정을 받았다. 뱃살이야 적게 먹으면 쉽게 빠질 것 같은데,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까지 받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잦은 회식과 운동 부족이 원인으로 앞으로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금새 고치기 어려울 것 같아 이 씨의 고민이 크다. 의사는 회식 자리에서 덜기름진 안주 위주로 콜레스테롤 섭취라도 줄여볼 것을 권했다.
콜레스테롤은 지방 성분의 일종으로, 흔히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게 되고, 이는 심혈관계 질환뿐만 아니라 비만ㆍ당뇨 등의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좋은 콜레스테롤 vs 나쁜 콜레스테롤
흔히 우리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속의 세포막, 신경세포, 근육 등을 구성하고 호르몬의 원료인 동시에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신체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므로 적절한 양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콜레스테롤은 크게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로 구분한다. 이 중 몸에 해로운 것은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으로,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속에 축적돼 고지혈증 및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중성지방은 당뇨병 및 비만과 같은 성인병과 관련이 있다. 반면 HDL 콜레스테롤은 우리에게 유익한 성분이다. 혈관에 쌓여있는 LDL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역할을 해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이 세 가지 콜레스테롤을 모두 포함한다.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 높다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 범위 이내로 유지시키면서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는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이는 균형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잣대 240㎎/㎗
혈중 콜레스테롤 정상 범위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 미만으로, 이보다 높은 240㎎/㎗ 이상이라면 고지혈증 판정을 내린다. 고지혈증은 체내에 지방질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고지혈증 환자 수는 2010년 103만여 명에서 약 1.4배 증가한 148만여 명으로 집계돼 그 수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지혈증을 방치하면 죽상동맥경화증으로 발전해 합병증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혈관 내 기둥 모양으로 형성돼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죽종’이 형성되는 혈관질환이다. 바로 이 죽종이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죽종이 파열되거나 내부 출혈이 일어나면 혈전(혈액이 응고된 덩어리)이 갑자기 형성돼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관이 아예 막혀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혈관 위치에 따라 심장에 발생하면 급성 심근경색, 뇌혈관에 발생하면 뇌졸중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심혈관질환은 암 및 뇌혈관질환과 더불어 국내 3대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보통 혈중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높아지면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0% 증가하고, 심근경색 및 관상동맥증 관련 발작 발생률은 각각 17%, 23%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식 피하고 규칙적 운동과 금연 필요
정상인은 사용되지 않고 남는 콜레스테롤을 신체의 자동 조절 능력에 따라 간에서 재활용한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등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이 조절 능력이 망가지면, 남은 콜레스테롤이 간으로 운반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이게 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동물성 지방과 포화지방산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삼겹살을 비롯한 육류와 버터,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은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대표적인 음식이다. 다량의 탄수화물을 함유한 밀가루 음식과 사탕, 초콜릿과 같은 단순 당류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므로 가능한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탄수화물이 주식인 한국인은 탄수화물 과잉 섭취율이 높아 되도록 과식 및 밀가루 위주의 군것질을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유익한 HDL 콜레스테롤을 높여 주기 때문에 체조, 산책, 달리기, 수영, 자전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량이 많은 일명 마른 비만은 콜레스테롤 관리에 소홀하기 쉬운데, 고지혈증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들도 평소 적당한 수준의 운동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흡연도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흡연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혈관 탄력을 저하시키고 혈액의 점도를 높인다. 이로 인해 심혈관질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되도록 금연하는 것이 좋다.
편 교수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더라도 별다른 증상 없이 혈관 내 지방질이 축적되기 쉬워 나중에 심혈관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