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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정가제 2년…책 잘팔리고 동네서점 살아났다
판매 올 1월~10월 전년비 10.9%증가
책값도 내리고 베스트셀러도 신간이 90%

장르별·테마형등 ‘트렌드책방’200곳 생겨
재고 서적 처리·중고서점 난립은 과제로



“만일 도서정가제가 없었다면 지금 출판시장의 혼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과다할인, 무한 경쟁으로 중소 출판사들은 설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신간, 구간 모두 책값 할인을 15% 로 제한한 도서정가제 시행이 11월21일로 2주년을 맞았다. 시행 직후 혼란스런 상황이 정리되고 도서정가제가 안착돼가는 모습이다.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가 대체로 시장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소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 덕에 그나마 안정적으로 책을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책 판매량 늘어, ‘할인의 덫’ 벗어나 =무엇보다 책이 많이 팔리고 있다.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판매된 책 수량은 전년대비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서정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11.3% 마이너스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즉 책 할인이 성행하던 도서정가제 이전과 맘먹는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할인이 없어지면서 체감 책값은 약간 올랐지만 할인 중독에서 벗어나 도서정가제 범위내에서 책을 구매하는 걸 정상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당연히 신간비중도 높아졌다. 과거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하는 구간 도서 중심으로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던 데서 신간이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시장이 정상화됐다.

책값도 도서정가제 이전보다 5.7%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5일 밝힌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2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올해 단행본의 평균 정가는 1만8108원으로, 2014년 평균 정가인 1만9106원보다 998원 싸졌다.

▶‘트렌드책방’ 창업 붐 =도서정가제 이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도서정가제 이후 동네책방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서점연합회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이후 소위 ‘트렌드책방’이 전국적으로 200개 정도 생겨났다. ‘책맥’(책과 맥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책방들이 줄지어 생겨나면서 책방은 가장 핫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음악관련 책이나, 미술, 만화, 추리소설, 시집 등 쟝르별 책방 뿐만아니라 맥주와 와인,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든지 밤 새워 책을 읽을 수 있는 테마형 책방, 인디 책을 전문으로 하는 인디서점까지 각양각색들의 서점들이 성업중이다. 노홍철과 요조 등 유명 연예인 책방도 창업붐에 한몫하고 있다.

‘트렌드책방’이 무엇보다 책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전체적인 책방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이는 당초 도서정가제 시행의 이유 중 하나였던 동네서점의 몰락을 막고 활성화하려는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라 할 만하다.

도서정가제 이후 지역서점의 경영여건도 다소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눈에 띄게 매출이 늘지는 않아도 무분별한 할인이 이어졌더라면 매출 하락과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는게 서점들의 얘기다.특히 정부의 지역서점 활성화 정책에 따라 학교와 공공도서관, 지자체가 적정 입찰가로 책 구매에 나서면서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무늬만 서점’인 ‘가짜 서점’이 활동하고 있어 지자체의 지역서점 인증제 확산이 요구된다.

▶공급률, 재고 해결 과제 =시장이 전체적으로 안정화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그간 논란을 빚어온 출판사의 서점 공급률이 그 하나다. 도서정가제 이전 19%였던 신간할인율이 도서정가제 이후 15%로 낮아진 만큼 온라인서점의 경우, 이에 맞게 공급률이 조정돼야 한다는게 출판사들의 주장이다.

또한 구간도서를 팔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구간을 팔 수 있는 통로가 없다. 한 트럭 당 몇 천원 꼴로 고물상으로 직행하는 수 밖에 없다. 재고를 소진하고 소비자에게 좋은 영향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고서점의 난립도 도서정가제 이후에 나타난 이상 기류다. 신간이 중고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신간을 싸게 살 수 있는 변형된 할인시장 기능을 한 것이다. 최근 중고서점의 신간 판매는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아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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