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强달러 시대 ①] ‘트럼프 탠트럼’ 건드린 强달러…환율전쟁 시발점 되나?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미 달러화가 ‘트럼프 탠트럼’(trantrumㆍ발작)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화 가치의 급상승은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엑소더스’ 뿐 아니라, 시장금리의 고공행진 등 국제금융시장을 미꾸라지마냥 휘젓고 있다. 특히 최근의 강(强)달러 현상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ㆍ중국ㆍ일본 등에 자국통화의 평가절상 압력이라는 명분을 줄 수 있다. 트럼프발 환율전쟁의 전조인 셈이다.

ICE 미 달러 지수는 11월 8일 미 대선 이후 3.4% 상승했다. 13년만에 최고치다. 강(强)달러는 유로화와 엔화 가치를 끌어 내리고 있다. 급기야 ‘1유로=1달러’ 패러티 시대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살라벨로스 투자 전략가는 올해와 내년 말 환율을 각각 유로당 1.05달러와 0.95달러로 전망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강달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트럼프 효과’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정 지출 확대, 감세를 예고하면서 미국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정책 추진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걷어 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달러 가치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재닛 옐런 Fed의장은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성명에 이어 최근 상ㆍ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제시하면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예상과 같이 물가상승률을 자극할 경우 향후 금리 인상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이달 9∼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학계와 업계, 금융계 금융전문가 5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물가상승률은 2017년 2.2%, 2018년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뛰어 넘는 수치다.
최근 수 개월간 달러 가치 변화  [자료=블룸버그 달러 인덱스(DXY)]

이러한 전망에 기반한 낙관론에 따르면 달러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정책 청사진이 구체화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단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감세, 정부 지출 확대 등 레이거노믹스와 트럼프의 정책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레이건의 순간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 가치가 앞으로도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건의 취임한 후 1985년 2월 최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달러 가치는 45% 뛰었다. 다만 당시 경제적 상황과 현재의 양상에는 차이가 커 이를 동일선상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강달러 현상이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의 공약이 모두 실현될지도 미지수인 데다 정책 실행에 나선다고 해도 그것이 미국 경제에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 년간 달러 가치 변화  [자료=블룸버그 달러 인덱스(DXY)]

제퍼리즈 그룹의 브래드 베크텔 외환 거래 전략가는 WSJ에 투자자들이 달러를 급속도로 끌어 올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의 임기가 즉각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데, 실제 영향이 나타나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라면서 “시장이 너무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우고 란치오니 노이버거베르만 환율관리부 대표는 트럼프의 정책 이행에 대한 불안감과 미국 부채에 대한 우려가 강달러 지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의 경제 성장이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주지 않는다면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달러 강세가 ‘트럼프노믹스’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달러 강세를 마무리짓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강달러에 미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경기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예상을 빗나간 미국의 경제 상황에 달러 강세가 동력을 잃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mstor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