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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싼 항암제들, 약값 못하고 있다”
-英 학자 “10년간 승인 신약들의 생존연장기간은 1~2개월에 불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그동안 항암제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 항암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고가의 항암제가 실제로 환자 생명을 연장하는 데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 등은 영국 의학자 피터 와이즈 박사가 항암제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치료 효과 등에 관한 기존 연구결과들과 문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암 환자 생존율은 지난 수십년 사이에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전이성 고형암에 걸린 성인의 5년간 상대적 생존률은 40년간 49%에서 68%로 증가했다.

다만 와이즈 박사는 항암제 자체의 기여도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기 진단과 치료, 예방을 위한 건강활동과 백신 등 다른 여러 요인들의 기여가 훨씬 더 크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고환암 등 몇몇 암에선 5년 생존률 증가에 항암제가 미친 영향이 8.8∼40%였다. 그러나 이는 전체 암환자의 10%만 앓는 암에 해당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폐암ㆍ유방암ㆍ전립선암 등을 포함한 나머지 암들에서는 5년 생존률에 항암제가 미친 영향이 2.5% 미만이었다. 생명 연장기간도 평균 3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 나온 신약이라고 더 나은 효과를 보인 것도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02∼2014년 승인한 48개 항암 신약의 생존연장기간 중간값은 2.1개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 항암 신약의 경우 1.2개월로 나타났다.

그는 항암 신약의 효과나 개발의 필요성을 부정하진 않았다.

와이즈 박사는 “다만 많은 항암제가 ‘이처럼 작은 생명연장 혜택’만 있는데도 환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부담하는데다 임상시험과 판매 승인이 너무 쉽고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른바 ‘쾌속승인’ 제도로 제한된 간접증거만 갖고 신약들이 허가됐지만 실제론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개선 효과가 없음이 드러난 것이 절반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몇 주∼몇 달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환자들이 매년 수천만∼수억원을 항암제에 쓰는 건 부적절한 일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세계 항암제 판매액은 1천100억달러(약 126조원)에 달한다.

박사는 “제약회사나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로 얻는 이득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부작용,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해 과연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환자 동의에 의해 치료 결정이 이뤄지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 온라인판에 9일 게재됐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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