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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최순실과 함께 청와대 핵심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광고감독 차은택(47ㆍ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씨는 8일 저녁 취재진의 질문에 이 말을 스무번 넘게 반복 했다. 최 씨와의 관계 등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말만 주문처럼 되풀이 하곤, 검찰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 회사 자금 횡령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6일 검찰에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는 말만 서너번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그날 밤 우 전 수석은 청사 안에서 검찰 직원들과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매체는 다음날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는 검찰 직원들 앞에서 웃는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우 전 수석의 모습을 찍어 보도했다. ‘황제조사’라는 비아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최순실 씨 등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검찰조사에서 성실히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이 말은 검찰 조사를 앞둔 피의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일 것이다. 말 한마디가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언론을 통해 이미 온갖 의혹을 접한 국민들은 답답하다. 그저 검찰이 모든 진실을 제대로 수사해 불편부당없이 엄벌을 내리기를 바래야 한다. 문제는 요즘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우 전 수석이 검찰에서 조사받는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공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할지 의문이다. 최순실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대역을 쓴다는 의혹이나, 검찰이 떠들썩하게 진행한 미르-K스포츠재단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은 ‘쇼’라는 비판이 왜 나왔겠나.

피의자들은 모두 “검찰에서 모든 걸 말하겠다”는데 정작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의심받는 상황은 국민들에겐 재앙이다.

이 기회에 검찰은 수사 상황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면 어떨까.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나 수사 방향을 노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사실 관계 확인만이라도 제때제때 해주길 바란다. 국민들은 지금 최순실 의혹에 대해 무척 궁금하다. jump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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