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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독불장군은 가라, 이젠 협업이다
“관공서에 가서 뭘 신청하면 ‘여기 가서 이것 떼 와라, 저기 가서 저것 떼 와라. 여기는 관할이 아니니 다른데 가보라’고 미루기 일쑤다.”

많은 국민들이 관공서와 공무원들에게 불만을 터트리는 단골메뉴다. 이런 불만들이 쌓여 공무원은 불친절하고 복지부동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는다.

조달청 업무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달청에 업체등록을 해야 하는데, 사업자등록증ㆍ공장등록증ㆍ직접생산확인서 등 제출서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지자체나 중소기업청 등 다른 기관에서 발급해주는 서류들이다. 많은 기업들이 처음 조달청에 등록하고 공공기관 온라인 쇼핑몰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판매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런 평가가 억울하고 답답한 측면도 있다. 내 관할이 아닌데 어쩌란 말인가. 각종 인허가 때 받아야 하는 서류는 법령 등에 명백히 정해져 있고, 그 중 일부는 다른 기관에서 발급해주는 서류인데, 민원인이 제대로 구비를 못해왔으면 가서 떼어오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억울하다고 국민을 탓해도 소용없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문제 해결방안을 내부에서 찾아보자. 이런저런 증명서류를 발급해주는 관공서 간에 서로 정보를 공유해서 바로 처리해 줄 수는 없을까. 관공서 간에 협력해서 한 번만 방문해도 바로 해결되는 원스톱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젠 공직자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보자. 혼자서 일 잘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업무 환경도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조달업무 환경은 더욱 그렇다. 기술진보를 바탕으로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3D 프린터 등 생소한 용어들과 함께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새로운 제품들이쏟아져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구매하다가는 이런저런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구매하려면 미래부, 기재부, 산업부, 중소기업청 등 다른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 이제 독불장군은 없다. 공무원이 협업만 잘해도 국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조달청장에 부임한 직후 기관 간 협업해야 할 일들을 먼저 챙겨 봤다. 연간 55조원이 넘는 구매력을 잘 활용하면 벤처ㆍ창업기업 등의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신기술ㆍ신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은 조달청 혼자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협업이 필요한 과제들을 챙겨보니 ‘계약이행 확인시스템 구축’, ‘지역여행ㆍ체험상품’ 등 40여개 과제가 있어 관리카드를 만들어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제 일하는 방식을 바꿔 보자. 우리 기관이 가진 데이터와 정보를 먼저 개방하고 같이 고민해서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 “독불장군은 가라, 이젠 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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