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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컵’에 담긴 정치
-힐러리 치폴레·트럼프 타코볼로 히스패닉계 구애…대통령 후보 컵케이크·막대사탕·음료컵에 담아 유권자 선택 자극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와 뗄 수 없는 관계의 음식들도 재조명 받고 있다. 후보들의 유권자 표심 잡기에도 음식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선거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식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민주주의의 의미와 선거의 역사를 떠올려 보게 하는 뜻깊은 음식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접시에 담긴 정치

미국의 대통령 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선 후보들에게는 식사도 정치다. 먹는 음식의 종류, 식사를 하는 모습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부동산 재벌’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가 서민적 이미지와 친근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택했던 음식은 ‘치킨’이었다. 지난 8월 트럼프는 KFC치킨이 담긴 커다란 통을 옆에 두고 치킨 한 덩이를 접시에 놓은 채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다만 전용기에서 포크와 나이프로 치킨을 먹는 것은 서민과 거리가 멀다는 야유가 돌아온 탓에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는 앞서 멕시코 대중 음식 타코 볼을 먹는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멕시코인들이 성범죄와 마약을 들여 오기 때문에 국경에 장벽을 쌓아야 한다는 발언 등으로 잃은 히스패닉계 표심을 돌려보기 위한 것이었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로 주목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경선 레이스에 갓 뛰어든 시기 오하이오주 톨레도 외곽의 멕시코 요리 전문점 ‘치폴레’를 찾아 치킨 부리토를 먹은 것도 히스패닉계를 향한 구애로 해석됐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힐러리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멕시코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힐러리의 딱딱하고 빈틈 없어 보이는 인상을 완화시키는 데도 음식이 한 몫했다. 크게 입을 벌리고 핫도그나 피자,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 모습들은 힐러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됐다.

선거를 축제로…대선 테마 식품

정치적 축제인 대선, 음식이 선거철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갖가지 대선 테마 음식들이 쏟아지면서 축제에 들뜬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USA투데이가 소개한 테마 음식들을 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휘날리는 듯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던 트럼프의 헤어 스타일을 재현한 커다란 막대사탕, 슈가 파우더로 두 대선 후보의 모습을 그려낸 피자도 등장했다.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이용해 ‘메이크 아메리카 오렌지 어게인’ 이라는 이름을 붙인 아이스크림도 나왔다. 오렌지 마시멜로우와 브라우니의 맛이 조화를 이룬 디저트다. 짝으로 ‘마담 프레지던트’라는 이름의 힐러리를 위한 아이스크림도 나왔다. 힐러리가 좋아하는 음식에서 착안해 고추 초콜릿(chili pepper-infused chocolate), 초콜릿칩 쿠키 덩어리 등이 들어갔다. 트럼프와 힐러리 그림이 담긴 초콜릿도 나왔다.

힐러리와 트럼프를 풍자하는 제품도 나왔다. 힐러리와 트럼프의 얼굴로 중앙을 각각 장식한 컵케이크 제품이 대표적이다. 힐러리 컵케이크 안에는 편지 형태의 물체가 숨겨져 있는데 경선 과정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이메일 스캔들’을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의 컵케이크에는 육각형 형태로 초콜릿 장벽이 둘러져 있는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착안한 것이다.

대선을 테마로 한 음료들도 빼놓을 수 없다. 힐러리와 트럼프의 이름을 재치있게 활용한 차(tea)도 등장했다. 티북이라는 기업에서 내놓은 이른바 ‘힐러리 클린틴’과 ‘도널드 티럼프’라는 차에는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하기를 바라는 노아 블레이치 티북 창립자의 마음이 담겼다. 힐러리와 트럼프를 상징하는 칵테일도 등장했다.

세븐일레븐의 커피 판매는 대선 표심 가늠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편의점은 커피를 사는 손님들에게 트럼프 지지자는 빨간 컵을, 힐러리 지지자는 파란 컵에 커피를 담아가도록 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위한 ‘말하라(Speak Up) 컵’도 있다.



선거의 역사를 품은 음식

선거와 음식과의 인연에는 역사가 담겨 있다. 힐러리의 발언이 시초가 돼 1992년부터 이어져 온 이른바 ‘쿠키 대결’도 대선의 묘미 중 하나다.

힐러리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당시 직업과 야망과 관련한 질문에 “집에서 쿠키를 굽고 차를 마실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남편이 공직 생활을 시작하기 전 발을 들여놓은 내 직업을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가 가정주부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미 요리ㆍ가정잡지 ‘패밀리 서클’은 이를 ‘쿠키 레시피 대결’로 승화시켰다. 이 때부터 패밀리 서클은 후보 배우자들이 제출한 쿠키 요리법을 공개하며 이를 투표에 부쳐왔다.

힐러리 측은 1992년 승리를 안겨줬던 오트밀 초콜릿 칩 쿠키를 다시 내놓아 또 한 번 승리를 거머쥐었다.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는 별 모양 쿠키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패했다.

대선을 목전에 둔 10월에는 미국 선거의 역사가 담긴 ‘선거 케이크(Election cake)’를 만들자는 내용을 담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 OWL베이커리의 수잔나 게브하트, 마이아 서담이 웹사이트를 통해 요리법을 공유하면서 미국 전역의 가정, 제과점 등에 함께 선거 케이크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선거 케이크의 유래는 미국의 식민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들이 군사 훈련에 참가하거나, 영국군 명령에 따라 소집되는 남성들을 위해 밀도가 높고, 술과 과일 등이 들어간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나중에는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장에 이 케이크가 등장했다고 NPR은 전했다.

본 아피티트가 전한 가장 오래된 선거 케이크 레시피 기록물에 따르면 케이크에는 밀가루, 버터, 설탕, 계란 등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재료들과 와인, 브랜디 등의 주류, 향신료와 계피 등 강한 향을 느끼게 하는 재료들, 건포도 등이 들어갔다. OWL베이커리가 이번에 공유한 레시피는 이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가정용, 전문가용, 글루텐ㆍ유제품이 들어가지 않는 레시피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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