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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기 장례미사’ 염수정 추기경 “우리나라, 지금 큰 위기ㆍ혼란 빠져”
5일 오전 명동성당서 백씨 미사 주례 나서

“집단이기주의 등 원인…세상 불의로 얼룩”

“백씨의 용기ㆍ사랑 좋은 열매 맺길” 강조




[헤럴드경제]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경찰 물대포에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숨진 농민 백남기(세례명 임마누엘) 씨 장례미사<사진>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번 미사는 올해 9월 25일 백 씨가 숨진 지 45일 만에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미사를 집전하고 “백 임마누엘 형제의 죽음앞에서 우리는 모두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며 “형제님의 용기와 사랑을 남아있는 우리가 이어나가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우리나라는 지금 큰 위기와 혼란에 빠져있다”며 “진정으로 이웃을 위하기보다는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세상을 불의로 얼룩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를 통해 우리가 생명에 대한 고귀함을 잊지 않고 늘 깨어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며 “또 하느님께서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데 필요한 은총과 지혜를 내려 주시기를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임마누엘 형제가 우리 곁을 떠났다기보다 이 땅의 민주화와 농촌 현실에 무관심한 우리가 떠밀어 떠나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런 현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먹거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고인의 외침이 살수 대포에 의해 참혹하게 죽어야 할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개탄했다.

김 대주교는 “정부는 대다수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며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의 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얼마나 자주 하늘을 올려다봐야 사람은 진정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귀를 가져야 타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희생돼야 죽음을 알게 될까/ 친구여, 그것은 바람만이 알 수 있다네.”

이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속에서 영원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비록 이 세상이 모순과 불의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않고 정의와 평화, 생명과 사랑이 숨 쉬는 세상을 희망하며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백남기 씨는 가톨릭농민회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뒤, 317일 만인 올해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이날 장례미사는 염 추기경이 주례하고, 김 대주교, 전국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가톨릭농민회 담당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으며 수도자와 신도를 비롯해 800여 명이 참석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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