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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수의 비명 ①] “저 말라 죽어가요, 살려주세요”…황화현상의 습격
-물든 단풍 같이 보이지만 실제는 누렇게 변한 가로수 잎들

-서울시내 황화현상 가로수 1741주…75%는 은행나무서 발생

-전문가 “잎 누렇게 뜨다 심하면 말라죽기도…가뭄ㆍ고온 원인”

-서울시, 최근 5년간 9억4700만원 예산투입…완전 치료 어려움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단풍도 다 같은 단풍이 아니다. 완연한 가을, 도심 곳곳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는 가운데 이미 여름부터 노란 잎으로 변한 가로수들이 있다. 다만 잎 색깔은 여느 단풍잎처럼 황금빛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푸석한 끝자락은 찢어질 듯 나부낀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같이 누렇게 뜬 가로수들이 목격되고 있다. 서울시가 5년간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치료에 나서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황화현상’이다. 황화현상이란 엽록소가 부족해 잎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극도의 고온이나 가뭄으로 질소, 철, 아연, 망간 등 성분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황화현상이 일어났던 서울시 일대 가로수. 황화현상을 겪는 가로수는 꽃ㆍ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심할 경우 말라 죽기도 한다.


황화현상이 발생된 가로수의 잎은 잠차 바짝 마르다가 흙색으로 변화, 이후 줄기와 기둥까지 썩어가기 시작한다. 증상을 겪는 가로수는 꽃ㆍ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심하면 말라 죽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황화현상을 두고 ‘가로수들이 상태가 나쁘다고 스스로 표시하는 경고등’이라고 말한다.

서울시가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17일까지 25개 자치구 가로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황화현상이 생긴 가로수는 1741주로 지난해(1670주)보다 71주 늘었다. 황화현상을 겪고 있는 가로수는 2013년 1156주, 2014년 2382주로 매년 기후환경에 따라 오르내림만 반복할 뿐 완전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황화현상은 서울시내 가로수 중 가장 많은 은행나무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황화현상을 보이는 가로수 1741주 중 은행나무가 1312주로 75%를 차지했다.

올해 황화현상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강동구(289주)며, 서초구(160주), 강서구(154주)가 뒤를 이었다. 특히 강동구는 동남로 일대에만 가로수 97주가 황화현상을 보였다. 반면 가장 적게 일어난 곳은 강남구(6주)와 광진구(6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올봄 극심한 가뭄과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고온현상으로 황화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례없는 가뭄과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에는 가로수 24만6854그루의 1.2%에 해당하는 2979그루의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서울은 1994년에 버금가는 폭염과 건조한 날들이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6월 장마기간 동안 적은 강수량과 고온의 습격이 지속된 이상기후가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울지역 강수량이 54.5mm로 평년의 40% 수준에 그쳤고 5월 중순부터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등 고온현상이 일찍 시작됐다.

김이열 충북대 환경생명화학과 겸임교수는 “가로수들에게 기후변화는 당장 눈에 띄진 않지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쉽게 예측되지 않는 날씨가 계속되는 한 황화현상을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해마다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도 간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미세먼지 입자가 가로수에 달라붙어 광합성을 방해, 성장을 막아 황화현상을 부추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외에 겨울철 제설 목적으로 쓰는 염화칼슘 또한 토양 등에 영향을 줘 황화현상을 유발한다.

서울시가 올해 2억8000만원을 비롯해 최근 5년간 투입한 황화현상 가로수 관련 예산만 9억4700만원에 이른다.

예산 대부분은 집중치료를 위한 토양조사ㆍ개량, 토양 배수성을 높이는 유공관 설치 등에 사용하고 있다. 또 수간주사, 결핍요소를 파악해 영양제를 투입하는 등 응급조치에도 활용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에도 집중치료ㆍ응급조치를 추진해 1670주 중 1590주(95.3%)가 회복했다“며 “해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다양한 예방ㆍ치료대책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지만 온도, 강수량 변화에 따른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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