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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 천억원 보조금 받고도 ’2세 외상소아‘ 못살린 응급의료체계
- 센터 지정받아 수 백억원씩 보조금 받고도 “있으나마나“

- 소아외과 전문의 전국에 32명, 부산ㆍ광주 2명씩, 인천ㆍ수원 1명씩, 충청ㆍ강원은 1명도 없어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지난 9월 30일 전북 전주의 한 횡단보도에서 후진하던 견인차에 치여 중증외상을 입은 2살배기 김 모군이 응급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여러 곳을 전전하다 12시간만에 사망했다.

김 군이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은 수술실이 없다는 이유로 김 군을 다른 병원으로 보냈고 전남대·을지대병원은 접수조차 거부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동안 27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만든 권역응급의료 및 외상시스템이 사실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 드러나 사회의 ‘공분’을 샀다. 


▶ 수 백억원씩 보조금받는 권역별응급센터 ‘있느나마나’ , 근본적 개선책 필요=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김 군이 심각한 하지골절임을 파악했는데도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고 시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수술을 전담해야 할 의사는 다른 성인환자의 유방절제술을 하고 있었다.

전원을 의뢰 받은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골반골절 등 환자 상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받았는데도 김 군을 중증외상환자로 판별해내지 못하고 진료를 거부했다. 병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김군은 끝내 골든타임을 놓쳐 숨을 거두고 말았다.

보건당국은 이사건 이후, 전북대·전남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보조금을 중단하기로 했다. 을지대병원은 당시 환자 상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던 점을 고려해 6개월 뒤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2세 중증외상소아 치료거부 사건’ 을 계기로 보건당국의 응급의료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병원간 소통이 거의 안되는 지금의 전원체계를 전면개편하고 응급 및 외상센터 핵심인 전담인력을 보강하지 않고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양질의 중증외상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가 부족한 권역외상센터는 과감하게 폐쇄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있다.

보건당국은 현재 지역의료 질 향상을 위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지역암센터, 광역치매센터, 지역전문재활치료센터 등을 지정해 선정된 병원마다 수 백억원의 국고보조금을 투입해 운영토록 하고 있지만 이 센터들이 보조금을 받아 그만큼 지역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를 하지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단순히 지역만 지정해놓고 과연 이들 의료기관들이 제대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의구심이 들었다“라며 ” 수 백억원씩을 지원해주고, 하드웨어만 갖춰놓는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높아질거라고 생각하는 것은넌센스“라고 말했다.

▶ 소아외과 전문의 우리나라에 32명 뿐, 국립병원 아닌 일반병원은 ‘수익논리’로 접근이 문제=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아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스템과 소아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전문의의 절대부족을 해결하기위한 정부의 특단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아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573명이지만 이 중 활동하는 의사 수는 45(이중 소아외과 수술 500회 이상을 행한 전문의만 가입할 수있는 대한소아외과학회 정회원은 32명)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소아외상 전문의 32명이 전국을 커버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서울 빅5 병원에 편중돼 있다. 32명 중 무려 13명이나 서울에 집중돼 있다. 이외에는 대구 5명, 부산 2명, 광주 2명, 인천 1명, 수원 1명 등으로 소아외과 전문의 혼자 한 지역을 맡고 있는 형태다. 따라서 소아외과전문의가 근무하지 않는 병원에서 소아외상 환자는 성인외과 전문의로부터 치료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린이전문병원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어린이병원을 따로 짓고 여기에 외상센터를 같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이 어린이병원을 운영하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등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병원들조차도 독립된 어린이병원을 건축하기 보다는 기존 건물을 이용한 센터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병원이 아닌 이상 수익을 내야하는 일반병원에 어린이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한 사실상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이다. 일반병원에서 소아외과는 성인 외과와 비교해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기때문에 병원 내에서 발언권도 약하기 때문이다.

▶ 보건당국 뒤늦게 연말까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대=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약 3분의 1은 소아 환자다. 하지만 바쁜 응급실 환경에서 감염에 취약한 소아들은 다른 환자로부터 감염의 우려가 있다. 성인 환자와 섞여 치료를 받을 경우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소아만을 위한 응급진료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를위해 보건당국은 뒤는게나마 소아환자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소아응급환자가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 등 9개 의료기관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새롭게 지정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시설 공사와 인력 확충을 끝낸 후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아전문응급센터로 지정된 병원은 ▷서울대병원(서울) ▷서울아산병원(서울) ▷계명대동산병원(대구) ▷울산대병원(울산) ▷인천길병원(인천) ▷고대안산병원(경기 서남) ▷분당차병원(경기 동남) ▷순천향대 천안병원(충남) ▷양산부산대병원(경남) 등 9개 지역의 9개 기관이다.

yol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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