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스캔들 휘말린 ‘풍류-실용’주의 두 학자
동굴 유무 확인차 떠난 여정내내 대립각
‘환도열차’ ‘햇빛샤워’로 각종 연극상 휩쓴 장우재 연출 신작 ‘불역쾌재’
상상 속 조선시대,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린 두 대감이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한 사람은 거문고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는 호인 ‘경숙’, 이것과 저것을 넘나드는 포용에 능한 이다. 다른 사람은 논리와 과학을 따지는 실용학문의 대가 ‘기지’,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는 분별에 능한 이다. 극과 극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의 여정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지난달 26일 개막한 연극 ‘불역쾌재’는 조선의 문인 성현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제목 불역쾌재(不亦快哉)는 다산 정약용이 남긴 시 ‘불역쾌재행’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린 상상 속 조선의 두 대감이 금강산으로 목숨을 내기로 여행을 떠난다는 연극 ‘불역쾌재’. 장우재(왼쪽사진) 연출의 신작으로, 분노·아픔으로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화합으로 가는 길을 보여준다. |
작품을 쓰고 연출은 장우재는 “‘이 또한’ 이라는 말에서 어떤 사실들을 내포하는데, 표현은 ‘즐겁다’라고 한다. 이는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 세상의 수많은 사실과 사건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극은 조정을 비판하는 책 ‘분서(焚書)’로 왕을 분노케 해 죽임을 당한 신하 ‘태보’로 인해 갈라진 국론을 통합시켜야 하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왕은 태보의 벗인 경숙과 기지 중 한 사람을 택해 책임을 물으려 하고, 각 대감을 은밀히 불러 상대방의 논리의 허점을 찾아 자신에게 고하라 명한다. 둘 중 왕의 마음에서 벗어난 자는 곧 목숨을 잃는 것.
경숙과 기지는 금강산 구룡폭포 뒤에 동굴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지고 언쟁을 벌이다 결국 내기를 걸고 직접 여행길에 나선다. ‘목숨을 건 내기’로 시작된 여정에서 정반대 성향의 두 사람은 사사건건 대립을 거듭한다.
극의 후반부, 현실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 답이 제시된다. 장 연출은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는 분별로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이것과 저것을 넘나드는 포용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경숙과 기지의 선택들에서 분별과 포용을 아우르는 하나의 지향성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봐 달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그는 “현실에서 우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질문들을 보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바라보자는 의도에서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픔과 분노를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철학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답을 구하는 것이 이 연극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장우재 연출은 2013년 연극 ‘여기가 집이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과 희곡상, 2014년 ‘환도열차’로 동아연극상 희곡상, 공연과 이론 작품상, 2015년 ‘햇빛샤워’로 차범석 희곡상, 김상열 연극상을 받는 등 최근 3년간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둔 연극인이다. ‘불역쾌재’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연극에 담아온 그의 2016년 신작이기도 하다.
장 연출은 “삶에는 어두움과 밝음이 같이 있다. ‘마음이 어두운데 어떻게 밝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러 와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호재, 오영수, 윤상화, 최광일 등 출연. 오는 6일까지 LG아트센터. 관람료 3~5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