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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파문 시민사회 반응] 주말 촛불 활활…“최순실, 내 인생을 농락…그래서 촛불 들었다”
-10~60대ㆍ與野 지지자ㆍ직업 불문…주최측 추산 2만여명 참가

-다음달 12일 ‘민중총궐기’까지 매일 저녁 촛불시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공직자로서 20여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의 제 노력이 정부와 국민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닌 최순실이란 사람의 성공을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촛불을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A 씨, 서울 거주, 공무원)

지난 주말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 이 곳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2만여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의 시민들로 가득찼다. 의혹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들러나기 시작한 뒤 열린 첫 주말 집회에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켠 채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모여들었다.
[사진=최근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 29일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촛불은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 매일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촛불이 얼마만큼 번질지가 관심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지난 29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회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에 2만여명이 참가했다고 31일 밝혔다. 당초 주최 측이 경찰측에 예고한 2000여명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사진=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한 29일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경찰 추산 1만2000여명)의 시민들이 청계광장 등 서울 도심에 운집했다.]

서울지역 최저기온이 3.5도까지 떨어진 상황에도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분노는 뜨거웠다. 집회 참가가 처음이라는 주부 지모(47ㆍ여) 씨는 “국정을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좌지우지헀다는 것은 인내심의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하야라는 결단을 내릴 때”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평소 박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청계광장에 나왔다는 정모(68) 씨는 “그동안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훈계를 해왔던 내 행동이 부끄럽다. 박 대통령을 그동안 지지해왔던 주변 사람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허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다만 참가자들의 의견에도 온도차가 느껴졌다. 대학원생 심모(23) 씨는 “(대통령의) 즉각 사퇴로 인해 발생할 혼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며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여당 지지자라는 최모(72) 씨는 “지금은 노동 현안등을 따지기 보다는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해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때”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역 장교라는 B(26) 씨는 “국민이 지금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기만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부모님을 따라 촛불집회에 참가한 6세 남아가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 역시 이례적이었다.

당초 청계광장에서 보신각을 거쳐 인사동으로 향할 계획이던 행진은 예상과 달리 광화문광장을 향해 방향을 틀며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세종문화회관과 미국대사관 부근에서 약 3시간 동안 대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와 경찰간에 충돌이 있었고, 1명이 경찰 폭행 혐의로 연행되기도 했다. 현장을 지휘하던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라를 걱정하는 만큼 집회ㆍ시위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달라”며 참가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르고 이성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힌 30일 서울지방경찰청의 보도자료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향후 평일 저녁에도 매일 촛불집회와 행진이 청계광장과 인사동 부근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또 다음달 5일에 이어 12일에는 20만명 이상의 참석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민중총궐기도 예고돼 있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가해주신 것을 볼 때 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때까지 저항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로서 관계자는 “경찰의 대응은 29일 수준에 준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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