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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핼러윈데이②] 핼러윈 대신 우리 명절? “재미 없잖아요”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푸는 노는 문화 필요 

전문가 “핼러윈데이는 제2의 크리스마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근 몇 년 사이 핼러윈데이는 젊은이들과 어린이집, 유치원 사이에서 ‘꼭 챙겨야 할 축제’가 됐다. 20~30대 학생과 직장인들은 클럽 등에서 각종 분장을 한 채 파티를 즐기고 유치원생들은 호박등을 만들며 핼러윈데이의 기원을 배운다. 일각에서는 핼러윈데이 같은 국적불명의 명절 대신 우리 고유의 명절을 잘 챙기라고 하지만 이들은 “핼러윈데이처럼 즐기고 노는 축제가 우리 문화엔 없다”고 강변한다.

직장인 손미정(28) 씨는 매년 10월 31일이 되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호텔 클럽으로 향한다. 핼러윈데이 파티를 즐기기 위해서다. 원래 입장료는 없는 클럽이지만 핼러윈데이에는 5만원의 입장료가 붙는다. 그럼에도 이곳 뿐 아니라 홍대와 이태원 일대 클럽의 테이블 예약은 모두 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년에 하루 즐기기 위해서 그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는 게 손씨의 이야기. 

핼러윈데이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주요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설이나 추석 등 기존 전통 명절이 예의와 격식에 초점을 맞춰 일상생활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반면 핼러윈데이는 즐기는 축제로 환영받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울여대에서 진행되는 핼러윈축제인 스웰로윈 축제의 한 장면.

귀신이나 악당 분장을 하고 과자나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핼러윈데이니 만큼 분장도 빼놓을 수 없다. 손씨는 간단하게 인터넷에서 경찰복을 중고로 구매했지만 의상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손 씨는 “외국인들의 경우 스무명이 똑같은 옷을 입고 ‘월리를 찾아라’ 흉내를 내거나 프린스턴 가족 분장을 하고 고기를 뜯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지만 한국인들은 용기가 없어서인지 독특한 복장을 찾기가 드물다”고 전했다.

손씨는 “핼러윈이라고 하면 똑같이 놀더라도 특별한 기분이 든다”면서 “설이나 추석 때는 제사 음식 만드느라 놀 수가 없는데 즐길 명분을 주니 핼러윈데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핼러윈데이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대학원생이자 3살 짜리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강은혜(34)씨는 이맘 때면 어린이집 교사가 보내주는 아들의 핼러윈데이 분장 사진에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강씨 본인도 결혼 전에는 외국 명절인 핼러윈데이를 챙기는 게 어색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호박가면이나 랜턴을 만들고 분장한 채로 즐겁게 노는 것을 보면 ‘엄숙하게 차례만 지내는 명절보다 아이에겐 훨씬 즐거운 시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간혹 아이들의 분장 의상을 두고 부모들이 은근히 경쟁을 벌여 돈과 시간의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강씨는 “설이나 추석에 싸구려 한복을 입혀 보낼 수도 없어 5~6만원은 들여야 하는 걸 감안하면 별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핼러윈데이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주요 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설이나 추석 등 기존 전통 명절이 예의와 격식에 초점을 맞춰 일상생활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반면 핼러윈데이는 즐기는 축제로 환영받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울여대에서 진행되는 핼러윈축제인 스웰로윈 축제의 한 장면.

결국 핼러윈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외국 풍습에서 기인한 명절이나 축제가 점점 더 각광을 받는 것은 우리 명절 문화에 드리운 엄숙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심리 때문이란 얘기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설이나 추석 등 우리의 명절은 사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기리거나 위한 의식으로 채워져 있지 젊은이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았다. 또 변화를 꾀하려고 하면 전통을 깬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반발을 하다보니 ‘고리타분한 것’으로 굳어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만한 기회만 노리던 젋은이들에게 핼러윈데이는 제 2의 ‘크리스마스’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에게 노는 축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음력 1월 16일, 즉 정월대보름 다음날을 ‘도깨비 날’로 불렀다. 이날은 도깨비나 요물들이 한판 거하게 잔치를 벌이는 날이어서 이들을 쫓기 위해 머리카락이나 대나무를 태워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도깨비들이 음기에 약하다는 속설에 따라 여성들이 속옷을 장대에 달거나 치마를 들추고 선정적인 춤을 추기도 했다. 핼러윈데이에 아이들이 유령복장으로 사탕을 얻듯이 액땜을 할 수 있는 음식을 해서 이웃끼리 서로 나눠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축제 문화는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잊혀졌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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