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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단 성추행, 안이한 태도가 반복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박범신 작가의 성추행, 배용제 시인의 미성년자 성폭력 및 금품갈취, 이이체 시인의 성추문...

지난 1주일간 SNS를 통해 보고된 우리 문단의 모습이다. 

▶범죄의 재구성=지난 21일 전직 출판 편집자라고 밝힌 A씨가 트위터에 박범신 작가가 출판사 편집자와 방송작가 등을 추행·희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작가의 수필집을 편집할 당시 자신을 포함한 편집팀과 방송작가·팬 2명 등 여성 7명이 박 작가의 강권으로 술자리를 가졌는데 박 작가는 이들을 “늙은 은교”, “젊은 은교” 등으로 불렀고 그 중 1명은 바로 옆에서 내내 어깨 허리, 허벅지, 손을 터치당했다”며 “너무 유명한 작가이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어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냥 말았다”고 공개했다.

27일에는 시 강의를 수강한 학생 6명이 배용제 시인의 성폭행사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배 시인이 학생들을 자신의 창작실로 불러 성관계를 제의하고 “내가 네 첫 남자가 되어 주겠다”, “너랑도 자보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습작생6’은 배 시인이 ‘연인은 아니지만 또 특별하게 서로를 생각해주는 관계’를 맺자며 강제로 키스를 하고 성폭행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금기를 넘을 줄 알아야 한다”며 변태적 성관계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이체 시인도 과거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A씨는 트위터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이 시인이 처음 만난 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발작이 온 것 같다”며 기댄 뒤 끌어안으며 키스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강제 신체접촉과 성폭행 시도가 이어졌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이 시인 탓에 불면증이 심해졌다며 “숨소리 섹시하고 야하다”, “너도 좋은데 왜 아닌 척 해” 등 성희롱 발언도 공개했다.

▶사과의 진정성 논란=사태가 불거지자 이들은 앞다퉈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박범신 작가는 “오래 살아남은 것이 오욕∼죄일지라도..누군가 맘 상처받았다면 나이 든 내 죄겠지요. 미안해요∼”라며 사과한 뒤 비판이 이어지자 SNS계정을 닫고 신작 출간을 보류했다.

배용제 시인은 “몇몇의 아이들과 성관계를 가졌다. 이 어이없는 일을 저는 합의했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자각이나 인식하지 못하고 그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하며, 내년 출간 예정이던 소설과 산문집, 시집의 출간 등 모두를 포기하고 자숙하겠다고 했다. 

이이체 시인도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 말대로 성적·언어적 폭력을 저질렀고 모두 제 잘못”이라며 사과하고 “우선 원고 청탁을 받지 않고 일체의 집필활동을 중단하겠다. 모든 저서 계약을 파기하고 출간 예정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문단 자성 한 목소리, 대책은?=문학단체들은 계속되는 성추문 폭로에 자성을 촉구했다. 한국시인협회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추문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실로 엄중한 일일 뿐만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정신의 거울 역할을 자임해온 문학정신의 본령과도 어긋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며 “이 부끄럽고 참담한 사건을 계기삼아 우리 문학인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신독(愼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시인협회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관에 따라 자격정지와 제명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단의 이런 행태는 오래된 관행이라는게 문단 주변의 얘기다. 이는 작가와 습작생, 작가와 팬의 특수한 권력관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 교육이 일정부분 불가피한 도제식 교육과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팬심을 악용한 ‘나쁜 남자’들이다. 문단 내 성추행, 성폭력도 적지않다. 같은 울타리안에서 낯뜨거워 밝히지 못하는 것 뿐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미성년자 성폭행 등은 좌시해선 안될 사안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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