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시간을 쌓는 남자, 허명욱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시간의 흐름이 남기는 흔적에 천착하는 작가 허명욱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엔 옻칠화다.

옻은 한국 공예의 대표적 재료로, 생활 목가구와 칠기 제작 마감 도료로 사용된다. 작가는 옻에 색을 더해 캔버스나 금속 화판 위에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옻이 마르는 물리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작품 1개를 완성하는데 보통 캔버스는 3~4개월, 금속 화판은 6~7개월이 소요된다. 작품 하나에 칠하는 색상은 80여개 정도다. 화면을 양분하는 경계에서 이 덫칠된 흔적이 도드라지는데, 관람객은 색상이 겹쳐진 틈으로 시간의 무게를 경험할 수 있다. 

허명욱,무제,금속 위에 옻칠, 금박, 120x120cm, 2016. [사진제공=갤러리 아라리오 서울]

제작 방식이 이러다 보니 전시명 ‘칠(漆)하다’는 그의 작업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칠하다’는 면이 있는 사물에 물감을 바르거나 도포한다는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작가가 무수히 반복해서 칠하며 시간의 중첩을 통한 ‘칠’이라는 의미도 있다.

‘시간’은 허명욱의 기존 작업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소재다. 사진, 회화, 설치, 영상, 가구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색을 탐험해 왔다. 

허명욱, 무제, 금속 위에 옻칠, 금박, 120x120cm, 2016. [사진제공=갤러리 아라리오 서울]

‘옻’ 작업을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인간이 설정한 인위적인 시간성과 작품 제작 단계에서 개입하는 자연의 시간성, 그리고 이들이 함께하는 총체적인 시간성에 주목한다. 시간의 무게를 견딘 흔적을 찾아 기록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간의 흐름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작업을 선보여 관람객에게 시간의 예술을 직접 감상하길 권한다.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작품의 색은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채도가 독특해 관람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독특한 색감의비결에 대해 작가는 “이런색들은 내 어릴적부터 쌓아온 기억 속의 색상”이라며 “매번 조색때 마다 조금씩 달라져 동일한 작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품제목을 ‘무제’로 일관하는 이유에 대해 “아무리 제가 만든 작품이라 할지라도, 감상하는 사람이 ‘가을’같다고 느끼면 가을이 되는 것”이라며 “내가 ‘가을’로 이름을 지으면 관람객은 작품안에서 ‘가을’만 찾으려해, 그 한계를 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다.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