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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北에 수용된 가족 구해달라” 탈북자들 인신보호청구 ‘각하’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국내와 일본의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북한 수용소에 갇힌 가족들을 보호해달라며 인신보호 구제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재판 관할권이 수용소가 위치한 북한에 있고, 사실상 국내에서 인신보호 청구 심리를 진행할 수 없어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는 취지다. 인신보호 구제란 주로 정신병원 등의 시설에 불법으로 갇힌 사람들이 법원에 구제를 요청하는 제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정재우 판사는 자유통일 탈북자단체 협의회 소속 안모(47)씨와 박모(30)씨가 함경남도 요덕수용소에 갇혀있는 가족 4명을 대상으로 낸 인신보호구제 청구를 각하했다고 26일 밝혔다. 



안 씨 등은 지난 7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가족을 풀어달라고 명령해달라며 법원에 인신보호구제를 청구했다.

정 판사는 “재판 관할권이 서울중앙지법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신보호법에서 ‘수용시설이 위치한 지역 법원에서 구제청구를 심리한다’고 규정하는 만큼, 남한 내 사건을 맡을 법원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정 판사는 또 “사실상 국내에서 인신보호구제 청구의 심리절차를 진행하기가 불가능하고, 석방 명령을 내리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판사는 일본 내 탈북자단체 ‘모두 모이자’ 대표 가와사키 에이코(74) 씨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일본에서 강제북송된 9만 3340명에 대해 낸 인신보호구제 청구도 각하했다.

가와사키 씨가 피수용자들의 이름과 수용장소를 특정하지 못했고, 청구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신보호법에서는 인신보호를 청구할 수 있는 자로 피수용자 본인과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등을 꼽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탈북자 단체들의 인신보호 청구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대한 ‘항의’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민변은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을 탈출해 입국한 북한 여종업원 12명이 국정원에 강제구금돼 있는지 가려달라며 인신보호청구를 신청한 바 있다.

그러자 자유통일 탈북단체협의회는 민변을 찾아가 북한 내 가족들의 인신보호를 요청하고 싶다며 위임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을 하며 “북한 식당을 탈출해 국정원 시설에 있는 여종업원보다 북한 정치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의 인권 침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며 “민변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도 말했다. 민변은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인신보호구제 청구 소송을 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사키 씨도 중앙지법에 인신보호 구제 청구서를 내며 “3만여 명의 탈북자가 건너올 때까지 조용하던 민변이 왜 갑자기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민변을 문제삼았다.

한편 법원은 지난 9월 중국 내 북한식당을 탈출한 여종업원 12명의 인신보호구제 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민변이 제출한 사진만으로 북쪽의 부모와 해당 여종업원들이 가족관계라고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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