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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전부터 “경찰에 복수”…범인은 한국판 ‘외로운 늑대’
온라인등서 적개심 잇달아 표출

겉으론 멀쩡한 사람 행세

성병대, 철저히 테러 준비 정황

주거지엔 화약·사제총기 부품

컴퓨터서도 테러·IS등 수시검색

“경찰들이 요즘 하도 잔머리를 써서 냉장고에 시체가 없다는 걸 확인시켜 드려야 했다”. 범행 2주 전인 지난 6일, 사제 총기를 난사해 고(故) 김창호 경감을 살해한 피의자 성병대의 말이다. 성 씨는 이날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독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경찰이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성 씨의 황당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성병대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속으로는 철저하게 ‘테러’를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사회와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자신의 범행 계획을 예고했지만,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으로 행세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성병대의 행적이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외로운 늑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외로운 늑대란 테러 단체와 연관점 없이 개인이 독단적으로 벌이는 테러를 지칭한다. 외로운 늑대는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개인 단위로 움직이고, 테러 일시와 장소, 방법 등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고 실행한다. 외로운 늑대는 겉으로 멀쩡한 사람으로 행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전에 테러 징후를 포착하는 것조차 힘들다.

성 씨 역시 이웃주민들에게는 ‘조용한 이웃’으로 알려졌다. 성 씨가 거주했던 서울 강북구 번1동 인근 주민들은 모두 “성 씨는 말이 없고 조용하게 지내던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성 씨가 동네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고 항상 나긋나긋하게 얘기하던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웃들에게 ‘책 쓰는 사람’으로만 알려졌던 성 씨의 집 내부에는 범행을 준비했던 흔적이 가득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20일 성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화약과 사제 총기 부품 등을 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그의 방에는 화약을 모으는 데 사용했던 폭죽 껍데기가 다수 발견됐고, 컴퓨터에는 ‘외로운 늑대’, ‘테러’, ‘IS’ 등의 반사회적 성향의 검색 기록이 다수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도 자신의 반사회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경찰과의 충돌을 준비하고 있다”, “적어도 2~3명의 경찰을 죽이겠다”고 작성하는 등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여러차례 드러냈다. 반면 자신의 보호관찰관에게는 입고 있던 방탄복에 대해 “서바이벌 게임용으로 샀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을 상대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하며 겉으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성 씨의 모습을 두고 ‘외로운 늑대’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석헌 순천향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인은 경찰에 적개심을 가지며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한 공권력에 대한 표적 범죄라는 점에서 테러와 비슷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반사회적 인격 장애 범죄와 테러의 속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며 “다수의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제폭탄을 준비하는 등 무차별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 씨의 범행이 피해망상 등이 겹쳐진 특수한 경우라는 분석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자신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려 한다는 등 전형적인 피해망상 범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어느 부분에서 보면 테러의 속성을 갖고 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망상장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성 씨의 범죄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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