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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노래가 곧 문학이다 -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
밥 딜런(Bob Dylan)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화제다. 놀라움과 흥분, 그리고 왠지 모를 짜릿함. 복잡한 감정이 생겼다.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문학 작품 같다든지 시 같다든지 하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진짜로 가수가 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를 노랫말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노랫말이 그대로 시(詩)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음악에서 문학이 분리된 지는 오래지 않다. 문학은 그대로 음악이었다. 원래 동양의 시경이나 서양의 시편이나 모두 음악이었다. 알다시피 오페라나 뮤지컬은 내용을 노래로 전달한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도 다 음악이다. 몇 시간 동안 긴 내용을 가락에 실어 전달한다. 다양한 리듬과 운율 속에 감정을 싣고 관객과 공감하였으리라.

고려가요도 모두 음악책에 들어 있었다. 그 노래의 가락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아쉽지만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었음은 틀림없다. 시조도 ‘단가’라고 하는 노래였다. ‘청산리~’를 길게 뽑아내면 황진이의 감정이 전달되는 노래였다. 상춘곡이나 사미인곡 같은 조선시대의 가사 문학은 보통 ‘장가’라고 부른다. 다 노래라는 의미다.

구비문학의 역사를 보면 음악과 떼어놓을 수 없다. 제사장의 노래, 무당의 노래, 굿은 모두 음악 속에 있었다. 음악이 곧 문학이었고, 문학이 곧 음악이었다. 가락에다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담았다. 더 애절하고 슬프게 가사를 전달하고, 더 기쁘고 흥겹게 이야기를 담았다. 그냥 말이나 글로 했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감정의 전달이었다. 

문자가 대중화되고 나서야 문학은 따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한글이 없는 한국 문학을 생각해 보라. 한자에 백성의 감정을 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한시로 노래를 부르는 우리 민중의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색하다. 민중의 노래는 노동요였고, 민요였고, 축제의 노래였다.

한글은 세종 때 만들어졌지만 문맹이 없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아무리 가여운 백성을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다고 해도 모든 백성이 한글을 배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나보다. 해방 이후에 가장 널리 퍼진 운동이 문맹퇴치 운동이었으니 말이다. 대다수 민중이 한글을 못 읽으니 문학보다는 노래가 대중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노래가 문학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이제 노래는 노래, 시는 시로 나뉘는 세상이 되었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노래에 시를 담는다. 노래 가사를 쓰는 사람도 본인이 시를 쓴다는 생각은 잘 안 한다. 말로는 시인이 세상을 노래한다고 하지만 이는 비유적인 표현 이상도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노랫말에서 시를 본다. 노랫말에서 문학의 위대함을 느낀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 가요계에도 깊은 울림이 될 것이다. 기쁨일 수도 있고, 자극일 수도 있다. 앞으로 좀 더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그리고 세상의 아픔을 노래하는 좋은 가사가 많아지기 기대한다. 혹시 아는가. 우리나라 음악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지. 여러분들도 노랫말에 한 번 공감해 보셨으면 좋겠다.

-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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