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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의 살인’ 동반자살 ①] 아이는 부모 소유가 정말 아닌데…
-경북대 수사과학대학원 논문, 10년간 동반자살 546건 분석

-10건 중 6건이 가족동반…“미성년 포함되면 자녀살해 봐야”

-법원도 미성년 자녀와 동반자살 시도할 경우 ‘살인죄’ 적용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 기자] 동반자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0년간 발생한 동반자살 사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가족동반’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성년 자녀를 살해한 후 부모가 뒤따라 자살한 경우에는 명백한 살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동반자살이라는 말 대신 명확한 용어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21일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해 발간한 ‘우리나라 동반자살 최근 10년간 동향’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동반자살 건수는 총 546건(1189명)으로 조사됐다. 


어린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의 동반자살의 경우, 그 말 대신 다른 용어로 기술하는 등 명확한 용어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546건의 동반자살 중에서 확인되지 않은 173건을 제외한 373건 중에서 ‘면식관계’가 86.3%를 차지해 ‘비면식관계’(13.7%)를 압도했다. 대부분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동반자살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유형별로 보면 동반자살 당시 ‘가족관계’는 373건 중 236건(63.3%)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연인관계’가 60건(16.1%), 비면식 관계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남’이 51건(13.7%)으로 뒤를 이었다.

가족관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부가 151건으로 전체 236건 중 6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부모와 자녀의 동반은 72건(30.6%)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형제ㆍ자매동반은 12건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302명)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70대(104명), 80대(76명), 90대(21명), 10대(21명)에 이르기까지 동반자살이 발생해 특정한 연령대에 국한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동반자살을 선택한 원인으로는 ‘처지비관’이 164건(47.1%)으로 제일 많았고, 그 다음으로 암ㆍ중풍ㆍ장애 등이 포함된 ‘신체적 질환’이 62건(17.8%), 경제적 문제 61건(17.5%), 정신적 질환 30건(8.6%) 순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미성년 자녀가 동반자살에 같이 동원되는 경우 법원에서도 살인죄를 적용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일례로 지난 2014년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어머니 A 씨가 각각 7살과 생후 1개월인 두 자녀와 함께 연탄을 피워놓고 동반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A 씨 남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이들은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살 아들은 숨지고 A 씨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 생후 1개월 딸의 생명도 지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방 안에서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남아 있었고 ‘못살겠다. 투자 실패로 인해 회복이 어려워 힘들다’는 등의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법원은 A 씨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비관해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면서 아직 세상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어린 자녀들을 살해하려 한 것은 자녀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며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연구진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자살할 경우 자살이라는 용어보다는 영아 혹은 자녀살해의 범주에서 분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10세 이하 자녀가 동반자살에 동반되는 경우에 동반자살이란 말 대신 다른 용어로 기술하는 등 명확한 용어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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