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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패산 범인은 방탄복까지 입었는데… 긴급출동 경찰은 보호장비조차 없었다
실탄명중 범인은 피해없어

경찰 장비 부실 또 도마위에


주도면밀한 성병대(46)의 범행 계획에 경찰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9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성 씨는 경찰의 실탄 사격에도 방탄복 때문에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범인의 총탄에 숨진 고(故) 김창호 경위는 출동 당시 방탄복은 커녕 아무런 보호 장비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숨진 김 경위가 출동 당시 외근용 조끼만 입고 있었다고 20일 밝혔다. 일선 경찰관이 사용 중인 외근용 조끼는 야광 밴드가 부착돼 밤에도 잘 보일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보호 기능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창호 경위의 빈소. 김 경위는 지난 19일 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사제 총기범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피의자 성병대는 지인인 부동산업자 이모 씨에게 사제 총기를 쏜 뒤 달아나 오패산터널 쪽 수풀 뒤에 숨어있다 자신을 찾던 김 경위를 보고 사제 총기를 난사했다. 박현구 기자/phko@

반면 범행 당시 피의자 성 씨는 범행을 위해 사제총기 17정과 함께 방탄복을 구입해 착용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성 씨가 범행을 준비하며 이른바 ‘서바이벌 용품점’에서 방탄복을 구입했다고 진술했다”며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것을 예상해 미리 준비했다고 조사 과정에서 말했다”고 했다.

실제로 총격 과정에서 경찰은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해 이중 실탄 한 발이 성 씨의 복부에 명중했다. 그러나 성 씨를 맞춘 실탄은 방탄복을 뚫지 못했고, 성 씨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다른 실탄 한 발이 성 씨의 왼팔을 맞췄지만, 흥분한 피의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복부에 통증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검사 결과 특별한 외상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며 “방탄복 때문에 경찰의 실탄 사격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조사에서 출동했던 경관들은 방탄복을 챙기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범인체포ㆍ연행 관련 행동요령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상황에 따라 권총과 전기충격기, 방검복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했지만, 숨진 김 경위는 그마저도 챙기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급박하게 출동하는 상황에서 김 경위가 보호 장비를 챙길 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출동한 다음에 사제총기 내용이 접수돼 비치돼있던 방탄복을 가져가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이 피의자의 총기 난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 발생했던 경기도 화성 공기총 난사 사건에서도 당시 화성 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장이었던 고 이강석 경감이 피의자가 쏜 엽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이 경감 역시 긴급한 상황에서 지급됐던 방검복 조차 입지 못했고, 피의자가 쏜 총탄에 그대로 쓰러졌다.

당시 경찰은 “예산이 확보되면, 일선 경관들에게도 방탄복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었지만, 아직까지 지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나마 일부 파출소에 지급된 방탄복도 경찰 타격대가 쓰던 구형 제품으로, 무게만 10㎏이 넘어 현장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검복을 입고 나가는 경찰관은 많지만 방탄복까지 챙기는 경우는 드물다”며 “현실적으로 경관들이 방탄복을 입고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특수 직렬과 달리 일선 파출소에 지급되는 방탄복은 실용성이 떨어져 실제 현장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며 “사제 총기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보호장비로는 더 이상 경찰관들을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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