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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앞의 미래’ 친환경차 시대] 美 전기차 2대당 충전기 1개 쓰는데… 한국은 충전기 하나로 17대 나눠써
열악한 인프라도 보급확대 걸림돌


“전기차를 사면 뭐합니까. 충전할 곳이 없는데…”

지난 18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6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서 전시된 전기차를 둘러본 한 관람객이 기자에게 이 같이 반문했다. 이 관람객은 “내가 사는 동네에 제대로 된 충전소 한 곳만 있어도 유지비를 따진다면 전기차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환경규제 강화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그 대안으로 친환경차가 급부상하며 전기차 보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부족한 인프라 탓에 전기차 보급이 더뎌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전기차 경쟁력에서도 크게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자동차산업의 전기동력 자율주행화 가속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기차 2대 당 1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비교적 인프라가 충실히 구축돼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1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놓고 17.1대의 전기차가 나눠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 면적만 봐도 미국이 한국보다 100배 가량 넓지만 전반적인 전기차 충전기 보급 상황은 미국이 훨씬 앞서 있다.

이 같은 인프라 격차는 곧 전기차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전기차 경쟁력 수준이 테슬라보다 2년 이상 벌어져 있다”며 “우리나라는 2009년 중반부터 전기차산업의 재육성에 나서 배터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판매물량이 적어 전기차 산업생태계 조성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테슬라는 2008년에 로드스터를 최초로 출시한 이래 올해 6월 말까지 14만대의 전기차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했다. 같은 시기 국내 5개 완성차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5400여대에 그쳤다.

전기차의 핵심인 주행거리 경쟁력에서도 우리는 밀려 있다. 이 연구위원은 “테슬라는 이미 1회 충전 500㎞를 주행할 수 있는 모델을 선보였지만 우리는 내년에야 340㎞ 수준의 모델이 나올 것”이라며 “우리의 전기차 경쟁력은 테슬라(미국)의 고작 8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기차 보급도 사실상 4년째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가 올해 전기차 1만대 보급을목표로 세웠지만 9월말 현재 고작 2401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전기차 보급목표에 미달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환경부는 제작사에 전기차를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의무 판매 비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환경부는 자동차 제작사별로 전체 판매량의 최대 2%를 의무 판매하도록 한 미국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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