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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약 처방권 다툼… ‘우울증 환자는 더 우울해진다’
-비 정신과 의사들 “SSRI 제제 60일 이상 처방 못하는 제도 개선돼야”

-정신과 의사들 “우울증 약만 처방한다고 우울증 치료되는 것 아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에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우울증 약에 대한 의사들의 처방권 다툼으로 우울증 환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는 2010년 51만6000여명에서 2015년 60만3000여명으로 늘어나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도 늘고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우울증 약은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제제로 전체 우울증 약의 절반 이상이 이 약으로 처방되고 있다.

SSRI 제제는 세로토닌을 신경말단이 재흡수하지 않도록 만들어 시냅스 내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뇌 속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부족은 우울증의 한 요인이다.

문제는 우울증 환자가 정신과를 가느냐 다른 과를 가느냐에 따라 이 약을 처방받는데 차이가 생긴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상 환자가 정신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는 경우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 기간에 제한이 없다.

반면 비(非) 정신과에서 SSRI 제제를 처방받는 경우 최대 60일 복용분에 대한 처방만을 받을 수 있다. 이후부터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정신과로 가야 보험을 적용받아 약을 복용할 수 있다.

이에 비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가 늘고있는 상황에서 SSRI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뇌전증,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는 우울증 약을 최대 60일까지만 처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대한뇌전증학회ㆍ대한내과학회ㆍ대한소아과학회ㆍ대한산부인과학회ㆍ대한가정의학회ㆍ대한마취통증의학회ㆍ대한신경과학회ㆍ대한뇌신경재활학회 등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우울증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정신과에서만 우울증 약을 처방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은 “한국을 제외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우울증 치료에 SSRI 제제의 사용을 높이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선 비 정신과 의사의 SSRI 사용을 60일로 제한해 오히려 자살기도에 많이 사용하고 부작용도 많은 TCA 제제 처방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안전한 SSRI 제제가 있음에도 처방 제한에 묶여 부작용이 심한 약을 써야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이 단지 약만을 복용한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치료를 위해선 환자의 상황을 계속 살펴보면서 상담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약으로만 치료를 하겠다는 접근은 위험하다”며 우울증약 처방이 정신과 위주로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11월 중 논란에 대한 매듭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정신과 및 비 정신과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의점을 찾고 있다”며 “협의를 통해 11월 중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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